다시봄날편지333

2024.3.17 고은 <낯선 곳>

by 박모니카

책방에도 일년 농사, 첫 호미질이 시작되었어요. 벗과 함께 대야장터에 가서 소고기국밥 한 그릇 먼저 먹고나니 세상이 어찌나 따뜻해보이던지... 가는 곳마다 봄 햇살이 주렴방울처럼 내리워져 찰랑거리고 그 사이사이마다 들려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웃음소리. 맘속 쌓였던 말과 감정의 부산함도 이내 압도당하며 저도 구경꾼이 되어 장터를 돌아다녔습니다. 십 분을 걸어도 편한 사람과 어슬렁 어슬렁 거리는 보폭에 평화가 깃드는 구경. 베개도 사고, 묵 한 사발, 옛날과자도 사고, 다리 불편한 아저씨 곁을 지나가다 일부러 봄 닮은 노란 때수건도 샀네요. 사과가 금값이라, 눈길만 주며, 같은 값이면 꽃 사야지 하는 맘으로 먹는 욕심 버리고, 작은 꽃들과 마사토 등을 사왔습니다. 작년에도, 또 재작년처럼 제 벗이 화분농사 첫 손질을 다 해주었어요. 마치 저도 책방 손님처럼, 또 다른 손님들 몇분과 함께 구경만 했어요. 책방을 제3자처럼 바라보면 참 아름답고 평화로운 날이 바로 어제 같은 시간이었죠. 책방에서 건너편 월명산등을 바라보며, 곧 피어날 벚꽃들의 화려한 외출을 그리면서요. 어젯밤 남편 후배님의 저녁초대를 받았는데, 묻더군요. “라오스에서 한달살기 하고 싶은 데 갈 사람이 없네요. 형님이랑 같이 가고 싶은데요.“ ”한달 아니라 일주일이라도 꼭 떠나세요.“ 라며 고은 시인의 <떠나라 낯선곳으로>를 들려주었습니다. 생각이 떠오르고 맘이 울렁거리면 지체없이 떠나야지요. 오늘 하루 남은 내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무엇이 두려울까요. 저도 오늘은 미사후 시집 한 두 권 들고, 가까운 바닷가 가서 봄을 담아올까 합니다. 그러고보니 책방이 또 문을 닫고 혼자 있겠군요. 미안하지만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일...혹시라도 가시거든 메모 한 장 남겨주세요~~. 오늘은 고은 시인의 <낯선 곳>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낯선 곳 – 고은

떠나라

낯선 곳으로


아메리카가 아니라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그대 하루하루의 반복으로부터

단 한번도 용서할 수 없는 습관으로부터

그대 떠나라


아기가 만들어낸 말의 새로움으로

할머니를 알루빠라고 하는 새로움으로

그리하여

할머니조차

새로움이 되는 곳

그 낯선 곳으로


떠나라

그대 온갖 추억과 사전을 버리고

빈 주먹조차 버리고


떠나라

떠나는 것이야말로

그대의 재생을 뛰어넘어

최초의 탄생이다 떠나라

벗이 채워준 봄 꽃
라오스를 향해 떠나라, 후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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