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337

2024.3.21 윤보영 <3월을 보내며>

by 박모니카

언젠가 영화<터널>을 보았습니다. 주인공의 차가 지나던 도로 위 터널붕괴로 사투를 벌이며 살아나온 내용이었죠. 그 후론 터널을 지날 때마다 매번 그 영화가 생각납니다. 터널이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소재는 우리 인생을 잘 대변해 준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답니다. 다 헤아릴 수 없는 미명의 터널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이니까요. 그중 사람의 의지로 통과해 나올 수 없는 터널이 바로 죽음입니다. 어제 뉴스에서 나온 3살 어린이 도로 교통사고의 죽음에서부터 천수를 누리고 가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저 멀리 지구촌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타인의 죽음에서부터 바로 내 앞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제 나이가 되니 제 부모세대들의 죽음과 이별이 자주 있네요. 어제도 하나밖에 없는 제 친구의 어머니께서 소천하셨습니다. 학생시절, 처음 뵌 그분은 참 온화하셨지요. 누구나 힘들게 살았던 그때에도 딸한테 밥 한번 시킨 적이 없다 하셨던 말씀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저에게는 참 부러운 일이었으니까요. 큰딸로, 동생 넷과 부모의 건사를 제 책임인 양 부지런히 살아온 저에 비해, 제 친구는 늘 따뜻하고 고요합니다. 아마도 그 어머니께서 내어준 큰 나무 보금자리 위에서 살아왔기 때문이겠지요. 이제 제 친구도 고아가 되었네요. 저도 곧 지나갈 터널의 입구에 서서 긴 한숨 한번 내쉬어봅니다. 터널 저 멀리에서 제 친구가 손짓하고 있군요. ’누구나 오는 길이야. 미리 염려하지마.‘ 라고 말하면서요. 삼가 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윤보영시인의 <3월을 보내며>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3월을 보내며 – 윤보영


3월이 가고 있습니다

산이며 들에 꽃 가득

피우겠다고

자신만만하게 달려온 3월이

사람들 마음까지 꽃을 피우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3월은

봄을 만드는 주춧돌이 되었고

그 주춧돌 위에

큰 그릇을 올리는 기초가

되었습니다.


그 그릇에

1년 내내 사용할 힘과 용기

지혜와 웃음이 담겨 있습니다

행복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떠나는 3월은

발걸음이 가볍겠지요.


비록 늦게 일어나, 아직 꽃눈과

잎을 틔우지 못한 곳도 있지만

다가올 4월에게 부탁하고

휘파람을 불며 가겠지요.


그 3월이

내 가슴속으로 들어옵니다

그대 웃는 모습을

꽃으로 피우고

늘 봄을 만들겠다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어옵니다.


3월이 가고 있습니다

가는 것이 아니라

내 가슴속으로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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