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영화<터널>을 보았습니다. 주인공의 차가 지나던 도로 위 터널붕괴로 사투를 벌이며 살아나온 내용이었죠. 그 후론 터널을 지날 때마다 매번 그 영화가 생각납니다. 터널이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소재는 우리 인생을 잘 대변해 준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답니다. 다 헤아릴 수 없는 미명의 터널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이니까요. 그중 사람의 의지로 통과해 나올 수 없는 터널이 바로 죽음입니다. 어제 뉴스에서 나온 3살 어린이 도로 교통사고의 죽음에서부터 천수를 누리고 가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저 멀리 지구촌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타인의 죽음에서부터 바로 내 앞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제 나이가 되니 제 부모세대들의 죽음과 이별이 자주 있네요. 어제도 하나밖에 없는 제 친구의 어머니께서 소천하셨습니다. 학생시절, 처음 뵌 그분은 참 온화하셨지요. 누구나 힘들게 살았던 그때에도 딸한테 밥 한번 시킨 적이 없다 하셨던 말씀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저에게는 참 부러운 일이었으니까요. 큰딸로, 동생 넷과 부모의 건사를 제 책임인 양 부지런히 살아온 저에 비해, 제 친구는 늘 따뜻하고 고요합니다. 아마도 그 어머니께서 내어준 큰 나무 보금자리 위에서 살아왔기 때문이겠지요. 이제 제 친구도 고아가 되었네요. 저도 곧 지나갈 터널의 입구에 서서 긴 한숨 한번 내쉬어봅니다. 터널 저 멀리에서 제 친구가 손짓하고 있군요. ’누구나 오는 길이야. 미리 염려하지마.‘ 라고 말하면서요. 삼가 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윤보영시인의 <3월을 보내며>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