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336

2024.3.20 류시화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by 박모니카

바람골이 사나워져 후다닥 도톰한 옷을 다시 꺼내보네요. 달력을 보니 오늘이 24절기 중 네 번째 절기 춘분(春分)이군요.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추위와 더위가 같아지는 날. 봄보리를 갈고 춘경(春耕)을 하며 담도 고치고 들나물을 캐어 먹는다는 날. 춘분에 비가 오면 병자가 드물고 이날은 어두워 해가 보이지 않는 것이 좋다고 전해오는 날. 신기하게 절기를 보면 세상의 이치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지요. 하여튼 오늘부터 낮이 밤보다 길어지니, 쌓여지는 밝은 빛을 잘 나눠서 살아보라는 뜻이겠지요. 오늘도 동네 문우들의 글잔치에 초대받아 갑니다. 염불보다 잿밥에만 눈먼 스님을 나무라는데, 왠지 저를 두고 하는 양... 문우들의 글 합평시간 후 펼쳐질 점심시간. 오랫동안 맛난 밥으로 식복을 나눈 주인장은 글쓰기 시간마다 점심을 차리십니다.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맛과 정성, 양과 질, 가히 최고이지요. 가장 중요한 양념거리가 있는데요, 나비의 고장 전남 함평사투리가 바로 그것입니다. 같은 고향인 박노해시인의 에세이집에서도 사투리의 진미를 느낄 수 있어서, 저는 감히 주인장을 함평의 여류시인이라고 부르고 싶군요. 오늘 수업에서는 <좋은 문장 표현에서 문장 부호까지!>라는 책 한권을 소개하며, 우리가 흔히 쓰는 말들의 잘못된 용례를 퀴즈로 내볼까 합니다. 저야말로 열독하여 문우들의 글을 읽고 조언을 덧붙일 때 유용하게 사용할 것 같아요. ’진달래피고 새가 울면은 두고두고 그리운 사람 잊지 못해서 찾아오는 길 그리워서 찾아오는 길‘ 이라는 가수 정훈희의 <꽃길>이라는 노랫말이 있는데요, 어제도 언뜻 흔들리며 손짓한 진달래가 월명산 곳곳에 피어있을 것 같아요. 꽃샘추위로 오늘도 춥다고 하지만, 꽃이 늘 기다려주지 않으니 가까운 곳에서부터 산보한번 해보시게요. 류시화시인의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 류시화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이다

모든 꽃나무는

홀로 봄앓이하는 겨울

봉오리를 열어

자신의 봄이 되려고 하는


너의 전 생애는

안으로 꽃 피려는 노력과

바깥으로 꽃 피려는 노력

두 가지일 것이니


꽃이 필 때

그 꽃을 맨 먼저 보는 이는

꽃나무 자신


꽃샘추위에 시달린다면

너는 곧 꽃 필 것이다

책방앞 매화와 장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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