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335

2024.3.19 주병율 <3월>

by 박모니카

3월의 새벽이 내어주는 빛. 그 품자락은 날마다 넓어지며 아침을 당겨옵니다. 분명 깜깜했는데, 잠시 한두 줄의 글을 쓰고 돌아보니 어느새 훤해졌군요. 매일 매일 아침에게 인사하며 하루를 부탁하면 언제나 감싸 안아주며 말하지요. ’오늘도 잘 살아요. 분명 그럴거예요.‘ 라구요. 월요일엔 학생들의 과제 성취도가 거의 절반정도에 머물지요. 주말동안 얼마나 놀고 싶으면 그랬으랴 싶어 일부러 그들편이 되어주지요. 저도 학생들과 같은 맘으로 주말을 보내고 또 다른 주간을 맞이하니까요. 어제는 새벽부터 어판장나들이 행. 갑오징어와 해풍쑥을 들고 엄마집에 가서 아침밥까지 먹고나니, 정신이 노곤노곤... 아무일도 안하고 싶었답니다.^^ 그래도 약속을 지켜야 하기에, 이런저런 일들을 두루 살펴보며 긴 하루를 접었지요. 박노해 시인의 첫 수필집 <눈물꽃 소년>을 아껴가며 읽으려고 토닥토닥 거리다 잠이 들었네요. 오늘은 찐벗들이 콧바람을 쐬러, 책방에 온다고 하는군요. 저도 역시 시간을 토막내어 그들과 봄 향기를 나눌랍니다. 아주 미미하게, 여리디 여린 분홍빛이 책방 건너에서 손짓하는 중~~. 벚꽃나무들의 소리없는 아우성이 들리지요. 오늘 새벽은 마알간 얼굴 잠시 숨기고 꽃들에게 생명수를 뿌려주고 있군요. 봄의 속살을 채워주고 싶은 마음, 봄꽃을 단장시켜 주고 싶은 애정. 자주자주 그 곁에 있으려 합니다. 어디 이봄이 작년 봄과 같을 것이며, 또 이봄이 내년 봄과 같을랑가 싶어서요. 오늘은 주병율시인의 <3월>이란 시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

3월 - 주병율


어제는 하루종일 아이들과

어둔 내 방의 벽을 허물고 창문 하나를 만들었다.

3월이었다.

바람은 따뜻하고 땅은 풀어져 있었다.

부드러운 땅 위를 날아다니느라 새들도 분주했다.

햇볕은 미세한 먼지를 동반하고

그 온기 속에서 풀과 나무들의 몸집을 키우고 있었다.

노래하는 꽃

노래하는 풀

노래하는 산과 강물이 온 천지에 넘치고 흘러

검은 땅은 다시 기름과 젖이 흐르는 땅으로 변했다.

그 땅에 사는 모든 것들은

더 이상 헐벗고 굶주리지 않았다.

싸우지도 않았다.

병들거나 앞 못 보는 사람도 없었다.

거짓말로 서로 속이지도 않았다.

사람들의 얼굴은 온화한 미소로 가득하고 걸음걸이는 느리고 잔잔했다.

집들은 나이테가 선명하고 부드러운 나무로만 지어져 향기로웠다.

그 향기 속에서 아이들은 인형처럼 놀았다.

여자들은 갓 구워낸 빵을 나르고

안경을 벗으며 남자들은 읽고 있던 책의 표지를 덮었다.

금박으로 글씨를 새겨 넣은 그 책에는

전쟁과

질병과 굶주림,

죽음 같은 단어들은 없었다.

증오와 공포와

살인도 없었다.

그 책에는 온통 나비 같은 작은 글씨로

사랑과 행복이란 단어밖에 없었다.

검은 시간의 벽돌을 구우며

내가 작은 창문 하나를 만들자 3월이었다.

박노해시인의 첫 자전수필 '내 어린 날의 이야기 33편'... <사람만이 희망이다>이다 라고 말한 시인의 어린시절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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