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338

2024.3.22 함민복 <사과를 먹으며>

by 박모니카

아침사과가 건강에 좋다고 하여 매일 먹으려 했더니, 금값이 되어 구매가 망설여지네요.^^ 천원 미만 사과 1개가 1만원, 대파 1단 980원이 5000원... 이런 구호로 나라 경제파탄을 알리는 정치인들의 선거홍보가 자주 들려옵니다. 사람 사는 일 중 다 먹고 잘 살자고 하는 것이 으뜸인데, 그 먹거리에 제동이 걸리면 어떻게 나라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정치 영역에 민중들의 현실참여가 매우 중요합니다. 어제 민주당의 당 대표가 군산에 오고, 전북 정치 후보자들이 모두 모였던 것을 뒤늦게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군산만 해도 경선을 통과하면 무조건 당선이라는 등식으로 배부르게 정치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민중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하는 예가 없습니다. 당선을 목전에 둔 순간에만 집중하는 그들을 보면 참 한심하기도 하지요. 초심(初心)을 잊지 않는 삶이 얼마나 어려운가요. 공인은 말할 것도 없고 진정으로 사람 되기를 원한다면 ’첫 마음‘을 단단히 가슴속에 묶어두어야 합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어제는 말랭이 어머님들께 윤동주 시인의 시 한 줄을 들려드리며 대화할 일이 있었습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올해 기획했던 말랭이 시낭송 공부는 잘 진행되지 못할지라도, 그분들 맘속에 언제나 아름다운 시가 깃들길 소망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군요. 어떤 가게에 가서 시 한 수를 낭독하면 사과 한 개, 대파 한 묶음을 주는, 그런 지역경제활성법은 어떨까~~ 그러면 사람들이 저절로 문화인이 되고 교양인이 되어 서로 싸우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배고픈 시인이 없는 세상, 저절로 평화로운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함민복 시인의 <사과를 먹으며>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사과를 먹으며 - 함민복


사과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일부를 먹는다

사과꽃에 눈부시던 햇살을 먹는다

사과를 더 푸르게 하던 장마비를 먹는다

사과를 흔들던 소슬바람을 먹는다

사과나무를 감싸던 눈송이를 먹는다

사과 위를 지나던 벌레의 기억을 먹는다

사과나무 잎새를 먹는다

사과를 가꾼 사람의 땀방울을 먹는다

사과를 연구한 식물학자의 지식을 먹는다

사과나무 집 딸이 바라보던 하늘을 먹는다

사과에 수액을 공급하던 사과나무 가지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세월, 사과나무 나이테를 먹는다

사과의 씨앗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자양분 흙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흙을 붙잡고 있는 지구의 중력을 먹는다

사과나무가 존재할 수 있게 한 우주를 먹는다

흙으로 빚어진 사과를 먹는다

흙에서 멀리 도망쳐보려다

흙으로 돌아가고 마는

사과를 먹는다

사과가 나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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