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339

2024.3.23 정호승 <수선화에게>

by 박모니카

역시 봄은 꽃들이 말해주지요. 책방 뒤 벽화 앞에 피어난 꽃들중 으뜸은 ’수선화’. 주차하고 으레 스쳐가는 저를 붙잡는 노랑빛에 되돌아보니, 수선화 10여 그루가 꽃잎을 활짝 펴고 있더군요. 한 십 년도 더 된 이야기 하나. 제 아이들 중학시절, 모 단체의 리더자로, 행사의 사회를 맡은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출연한 교육감께서 정호승 시인의 시 <수선화에게>를 멋있게 낭송하셨지요. 지금도 가끔 그분께 그때의 추억을 말하네요. 매일 시 한 수라도 기억하고 들려주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생각했는데.. 이렇게라도 하고 있지요. 어제 사과 글과 사진을 본 딸이 독일 수퍼의 사과 사진을 보내주었군요. 한 봉지(약 15개 정도)가 4000원 정도. 지난 여행 때도 먹어본 사과는 값싸고 달콤했었요. 난데없이 사과값이 정치유세현장의 단골이 될 줄... 요즘 며칠, 봄바람의 시샘을 느끼시지요. 이럴 때는 피하지 말고 달래주어야 합니다. 그 바람도 놀아달라 하는데 무조건 차 안으로, 방 속에서만 있으면 서운하지요. 옷 단단히 입으시고, 바람과 얘기하러 나서보세요. 어제 점심 후 잠이 살랑살랑거려서 은파를 갔는데요, 개나리들이 서서히 준비하고 있더군요. 꽃잎들이 연대하여 한꺼번에 툭 하고 터트릴 준비. 봇물터지듯 터지면 보는이의 설레는 마음을 어찌 감당하려는지. 미리 선보인 아이 몇송이만 사진에 살짝 담고 있는데, 사랑하는 후배과 이쁜딸들을 만나서 단번에 잠이 다 달아나버렸구요. 제 아들 또래여서 후다닥, 제가 아부도 했네요. ‘울 아들이랑 통화도 하고, 밥도 같이 먹고 그래라. 친구니까. 용돈 주마~~’ 아마도 쑥스럽고 제가 웃겨 보였을거예요. 무서운 영어선생님의 모습이 아니어서요.^^ 갈수록 젊은이들이 부러워 보이는 것은 그만큼 늙어 간다는 징조겠지요. 그래서 더욱 새봄을 즐기고 싶지요. 오늘은 책방지기합니다. 혹시나 근처로 발길을 돌리며 커피나 차가 생각나시거든, 꼭 오세요. 정호승시인의 <수선화에게>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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