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340

2024.3.24 정현종 <천지를 다 기울여 매화가>

by 박모니카

홍매화향기가 사무실에 가득합니다. 학생수업을 하고 있는데, 현관문 종소리에 돌아보니 하얀색 무더기가 먼저 보이더군요. 군산의 팽팽문화제를 다녀왔다며, 그 팽나무 앞에 있던 매화나무에서 꽃가지 몇 개 가져왔다네요. 해마다 매화꽃을 보면 떨어지는 꽃잎을 버리지 않고 모아서 냉동실에 보관하여, 때때로 매화차를 선물하는 남편. 흩어지는 향기를 모아서 부족한 저를 채워주는 짝꿍입니다. 매화가지를 작은 컵에 가지런히 담으면서 하루에 있었던 이런저런 소소한 얘기를 들려줍니다. 속으로 생각했지요. ‘저이는 참 좋겠다. 물욕없이 사는 맘에 더 큰 복이 앉았구나.’ 사람 그 누구에게라도 편안함을 주는 천성과 덕성을 가진 남편이 때때로 부럽기도 하답니다. 하긴 그 사람들 중 제일이 모니카라 말해주니, 저야말로 복받은 사람이네요.^^ 어제부터 드디어 올해 출간물 기획을 시작했지요. 꽃과 계절의 여왕 5월에, 첫 에세이집을 출간하려는 지인의 원고 수정을 거의 마무리하며 건네주었습니다. 출간일까지의 일정을 자세히 설명하며 발등에 불 떨어진 맘으로 집중하자 했더니, 오히려 걱정보다는 성실하게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예비작가님. 사람을 알아가는 다양한 방법 중 으뜸은 ‘글쓰기’인 듯합니다. 1년 가까이 그녀의 작품과 실제 삶을 비교해보면 거짓이 없기에, 분명 오랫동안 추억이 될 첫 출간물을 만들어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늘 말하지요. ‘저 같은 1인 출판사에서 책을 내는 것은 부끄러움이 될 수 있다고. 판매량이 극히 미비할 거라고. 하지만 원고를 읽고 교정하는 제 마음은 어느 누구보다도 최고일테니 걱정마시라.’ 라고요. 오늘도 저는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줄줄이... 남편이 선물한 매화 향기를 글로나마 보내드려요. 정현종시인의 <천지를 다 기울여 매화가>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천지를 다 기울여 매화가 – 정현종

삼월 하순

매화나무에 온통 작은 꽃몽오리!

그런데 거기 두 송이 먼저 피어 있다!

그럴 때 그 두 송이는

무슨 강력한,

무슨 소리 높게 은밀한 전언을 하고 있다.

천지를 다 기울여 말하고 있다,

나는 전폭적으로

천지를 다 기울여 웃었다!

한반도는 흉흉하고

이 나라는 혼미한데

정치는 뜻 없이 시끄럽고,

정치판의 얼굴들

나라의 존망이 걱정되는 너무나도 심각한

그런 때의 순간 순간을 넘어가면서도

별로 그런 느낌도 없는 듯,

오 이 나라에는 왜 이다지도

난중에 또 인물난입니까 하느님! 하고

한탄하게 하는

얼굴, 얼굴, 얼굴들......

그 흉흉한 한반도의 여기 그 혼미한 나라의 여기

먼저 피어난 매화 두 송이가 봄이 와도 시들하게 하는

한반도의 우울을 향해

소리 높게 은밀한 전언을 하고 있다.

이다지도 마음을 무겁게 하는 우울을 향해

천지를 다 기울여 말하고 있다

떨어지는 매화 한 잎도 아까워서 찾잔에 모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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