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341

2024.3.25 채전석 <봄은 혁명 중>

by 박모니카

꽃은 걷지 못해 꽃으로 부른다는 지인의 말은 책방으로 가는 길 내내 피어나는 꽃들을 관찰하게 하지요. 하룻밤사이 누가 또 어떻게 달라졌을까. 포근했던 주말동안 개나리들 봉우리가 다 열려져 가지 타고 내려오는 노랑물줄기가 뚝뚝뚝. 특히 예술의전당 옆 도로가 개나리는 작은 천을 이루어 운전자의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말로만 ‘봄이 왔다‘ 라고 하지 말고, 멀리서 찾아온 귀한 손님 대하듯, 오고가는 길, 꽃 한송이, 새싹 한 잎에도 말도 걸어주고, 사진도 한방 찍어주면 그들도 찾아온 보람이 있을터,,, 세상에 이쁘지 않은 꽃과 나무가 어디 있을까 하는 맘으로, 눈에 띌 때마다 꼭 환영의 표시를 남겨주시게요. 저도 일부러 책방 주위를 걸으며 목련, 동백, 민들레, 진달래, 개나리 등등. 오리나무, 벚나무, 아카시나무의 가지와 등줄기도 만져보았죠. 이들이 곧 일으킬, 아니 일으키고 있는 봄의 혁명을 상상해보면서요. 혁명하니, 우리가 일으킬 4월의 총선혁명도 있군요. 언젠가 김제동의 연설 중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진짜 혁명이다‘라는 코믹한 예로서, 키 작은자들의 혁명, 안생긴 자들의 혁명, 외꺼풀 가지 자들의 혁명, 지방인들의 혁명... 등을 언급하며 사회의 주류에서 밀려난듯한 사람들이 진정한 혁명의 주체자 라는 그의 말에 극한 공감을 했어요. 왠지 저를 두고 혁명꾼이 되어보라고 하는 것 같아서요.^^ 5일전에 그의 새책 <내말이 그말이예요>라는 에세이가 도착, 머리말만 살짝 읽었는데, 역시나... 독서 리스트업에 올려놓구요. 1년 365일 자연이 단 하루도 같은 모습을 취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일상속에서 변화를 망설이는 우리들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봐요. 자연이 주는 혁명의 기운, 단 한방울이라도 마시고 우리 몸도 마음도 변화되는 한 주간되시길 바래요. 월요일 혁명기차가 출발한다네요. 어서어서 올라타세요.~~ 오늘은 채전석 시인의 <봄은 혁명 중>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봄은 혁명 중 - 채 전 석


풀잎에 맺혀

잠이 깬 아기 이슬 하나

신분 상승의 혁명을 꿈꾸었지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흐르는

물의 속성을 거부한 역천


버려야 얻을 수 있다고

아침 햇살에 제 몸을 내어 말리더니

바람 계단 밟고 하늘로 올랐다.

올려다만 보았던 세상

내려다보는 세상은 너무 아름다워

무지개로 머물고 싶은 마음

바람에 날려 하늘가를 떠돌다가

이제 태어난 풀잎이 그리워

더 이상 떠돌 수 없다고

친구들 불러 모아 구름으로 키운 몸짓


추락은 멈추는 것의 몫

버려서 얻은 허공

채움은 잃는 것이라고

헛발 짚은 바람 계단


어둠을 날아 내려

잠든 산수유 깨우고

진달래 깨우고

개나리 품에 안겨

잠든 것들을 깨우니

두근거리는 가지마다

꼬물대는 아기 손

시련의 겨울을 몰아내니


노오란 산수유, 개나리, 연분홍 진달래가 피었다.


미완의 혁명은 슬픈 것이라고

화신이 낸 최전방 북녘 길가에

오늘도 아기 이슬 하나

꽃잎에 앉아 햇살을 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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