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342

2024.3.26 복효근 <수선화에게 묻다>

by 박모니카

’비가 와서 좋다’ 라고 말하고 싶을때가 있잖아요. 어제도 오늘 새벽도 그렇네요. 귀 너머로 들리는 빗소리. 마주쳐 울림으로 다시 꽃피우는 봄의 전령사들. 가만히 귀 기울이니 참 좋아요. 어제는 지인들이 들려준 대화에 ‘몸과 정신 중 무엇이 먼저인가’하는 물음이 있었는데, 저녁엔 우연히도 철학자 박구용씨가 던지는 유사한 질문을 들었어요. 이렇게 묻더군요. ‘몸과 영혼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이 질문에 대한 전통적 사고의 대표주자, 플라톤의 말- 몸은 영혼의 감옥이다 - 과 현대적 사유의 대표철학자, 주디스버틀러의 말- 영혼이 몸의 감옥이다 –을 가지고 현 정치와 선거의 선택 프레임을 설명해주더군요. 물론 제가 듣는대로 다 이해되는 능력이 있다면 바랄 게 없겠지만, 제 능력의 테두리 안에서 잘 들어봅니다. 정치프레임을 떠나서, 또 어려운 철학적 용어에 매달리지 않아도 본능에 충실하면 알 수 있는 일, 바로 ‘몸이 건강해야 정신이 건강하게 작동하는 법’을요. 환절기라 그런지 학생들이 감기(아직도 코로나가 있구요)로 결석해요. 전 무조건 ‘잘 쉬어야 된다. 하루 7-8시간 잠을 자는 것이 최고의 건강법이다. 하루 이틀이라도 푹 쉬면서 맛난 밥에 비타민 홍삼도 먹어야 된다.’ 라는 멘트로 어머님들의 걱정에 답해주지요. 그까짓 공부는 언제든지 보충해 드려요 라는 양념과 함께요.^^ 오늘 내리는 비까지 흠뻑 생명수를 저장한 봄의 대지가 우리 군산에도 이내 보답을 하겠지요. 아름다운 은파호수, 월명산을 비롯하여 천지에 흰 눈꽃들을 피어나게 해줄 테니까요. 어제 분양받은 수선화에게 어서 빨리 집을 만들어줘서 이 대열에 동참하도록 해야겠어요. 수선화 하면 대표적으로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가 있지만 오늘은 복효근시인의 <수선화에게 묻다>를 들려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복효근 - 수선화에게 묻다


말라비틀어진 수선화 알뿌리를 다듬어

다시 묻고 나니

비 내리고 어김없이 촉을 틔운다

한 생의 매듭 뒤에도 또 시작은 있다는 것인지

어떻게 잎사귀 몇 개로

저 계절을 건너겠다는 것인지

이 무모한 여행 다음에

기어이 다다를 그 어디 마련이나 있는지

귀 기울이면

알뿌리, 겹겹 상처가 서로를 끌어안는 소리

다시 실뿌리 내려 먼 강물을 끌어오는 소리

어머니 자궁 속에서 듣던 그 모음 같은 것 자음 같은 것

살아야 함에 이유를 찾는 것은 사치라는 듯

말없이 꽃몽오리는 맺히고

무에 그리 목마르게 그리운 것 있어

또 한 세상 도모하며

잎은 잎대로 꽃대궁은 또 꽃대궁대로 일어서는데

이제 피어날 수선화는 뿌리가 입은 상처의 총화라면

오늘 안간힘으로 일어서는 내 생이,

내생에 피울 꽃이

수선화처럼은 아름다워야 되지 않겠는가

꽃, 다음 생을 엿듣기 위한 귀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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