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4 독후일기2
만보앱을 가지고 매일걷기에 도전한지 2달이 넘었다. 눈도 오지 않고 기온도 낮지 않은 겨울이다.
얼마든지 매일 규칙적으로 걷기를 할 수 있음에도 최근에는 매일을 지키지 못했다.
많아야 주3일. 대신 저녁 시간을 이용해서 핫요가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토요일인 오늘 아침, 무조건 걸어야겠다 싶어서 딸래미를 깨웠다.
이런 마음에는 어젯밤부터 읽기 시작한 책이 통 큰 에너지를 주었다.
바로 '걷는사람 하정우' 이다.
내가 아는 하정우는 스트린 속의 배우, 특히 영화 '신과함께'에서의 기억이 최고였다.
영화에서는 모든 인간은 사후 49일 동안 7번의 재판, 즉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의 재판을 거쳐야만 한다. 7개의 지옥에서 7번의 재판을 무사히 통과한 망자만이 환생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정우는 이 영화에서 저승 차사이자 각 재판에서 변호사 강림의 역할이었다.
'걷는사람 하정우'는 얼마나 걷는다는 것인지, 걷는 것을 어떻게 책으로 썼다는 것인지 궁금했다.
지난 10월, 내가 만보걷기에 대한 짧은 글을 썼을때 에세이 클럽의 상주작가가 추천해줬던 책이다.
어제 도서관에 간 김에 생각나서 바로 대출신청을 했다. 저녁10시경, 침대 머리맡에 놓인 책을 펼쳤다.
작가 하정우의 프로필은 이랬다. 배우, 영화감독, 영화제작자, 그림 그리는 사람, 그리고, 걷는사람.
아픈 사람을 제외하고 사람은 누구나 걷는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프로필이 바로 걷는사람이다.
나는 만보걷기 약 2주차 쯤 되었을때, 허벅지 안쪽에서 느껴지는 그 무언가의 흐름이 있었다.
이걸두고 엔톨핀인가 라고 혼자 생각했다. 다른 표현이 있으면 더 좋겠다 라고 생각했었다.
하정우는 이 느낌은 '상큼'이란 말로 표현했다. '그렇네. 나도 상큼했지.'
하정우의 걷기 이야기는 단연코 매력 만점이었다. 단숨에 책의 절반을 읽었고 눈이 아파 잠시 멈추었다 새벽에 눈이 떠져 다시 읽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난 결심했다.
"이제부터는 만보걷기에서 발전해야겠어. 최소 만 오천보 걷기"
딸과 함께 집에서부터 은파둘레를 돌아오니 만삼천보.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때때로 걷다보니 어느새 만 오천보가 넘어있었다.
하정우의 걷기는 평균 3만보. 심지어 하루 10만보 일기도 있었다.
'바쁘고 힘들고 지칠수록 루틴을 가져라!'라는 말에 동참한다.
'이불 밖이 쑥스럽게 느껴지는 날일지라도 한 발만 떼면 걸어진다.'는 그의 말을 인정한다.
'진정한 휴식은 가만히 누어 있는다고 풀려지는게 아니야.'라고 한 말에 부끄러움이 생겼다.
언젠가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희망한다.
하와이의 와이키키 해변을 따라, 가장 오래된 공원인 카피올라니 공원에 오르는 루트로 1만보를 걷고 싶다.
하와이의 저녁노을이 내 머리위에도 내려와 함께 걸었으면 좋겠다.
이탈리아의 로마에 가서 맵핵을 켜고 유명관광지를 혼자서 걸어본 사흘이란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오드리햅번을 닮은 요정과 함께 트레비 분수와 스페인 광장, 나보나 광장으로의 걷기가 허락되면 좋겠다.
작가 하정우는 말한다.
'삶은 그냥 살아가는 것이다. 건강하게. 열심히 걸어가는 것이 우리가 삶에서 해볼 수 있는 전부일지도 모른다.'라고.
또 이렇게도 말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지속하는 걷기, 직접 요리해서 밥 먹기 같은 일상의 소소한 행위가 불행이라고 생각되는 늪에서 건져내준다고 믿는다.'고.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2020 새해 나의 삶의 표어는 '처음처럼'이다.
잠시 주춤거렸던 만보걷기, 다시 처음 가졌던 그 마음으로 돌아가서 시작한다.
몸으로 걷는 것은 마음으로 걷는 것과 통함을 다시 느끼면서.
두 발로 걷는 것은 한 머리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진실됨을 느끼면서.
걷는사람 하정우를 따라 걷는사람 '나, 모니카'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