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344

2024.3.28 안준철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by 박모니카

중국시인 소동파의 <春夜, 봄밤>이란 시의 첫 구절 - 春宵一刻直千金(춘소일각직천금) 봄밤의 일각은 천금의 가치일지니 –에 딱 맞는 경험. 어제 저녁 7시부터 무려 4시간 가까이 천금만금을 안겨주는 듯한 봄밤을 맞았답니다. 그것도 혼자 오지 않고 무려 30여명의 귀한 손님과 함께요. 며칠 전 제가 좋아하는 안준철 시인께서 추천하신 ‘줌 완독회’에 초대받았을때만 해도, 줌(zoom)으로 어느 시인의 시집 한 권 읽는 시간인가보다 했었지요. 평소 저녁시간은 고등부 수업이 있는 편이라, 참여결정을 약간 망설였지만, 사람에 호기심이 많은 저는 함께 할 사람들이 궁금했어요. 무엇보다, 행사 포스터를 보니, 평소 읽었던 시집의 시인을 영상으로나마 뵐수 있는 기회도 되겠다 싶었거든요. 어제는 안준철 시인의 시집 <나무에 기대다, 2021 푸른사상사> 완독시간. 작년에 책방에서 주관한 '시인과의 만남'에서 안 시인을 초청하여 인연을 맺은 뒤, 제 아침편지도 받아주시고, 그분의 산책 시와 사진을 받으며, 늘 감사한 분이십니다. 줌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문학(시)에 깊은 소양을 가진 분들이라, 그곳은 마치 봄밤에 펼치는 향연장에 같았습니다. 총 70편으로 된 시집의 시를 참여자들이 직접 선택하여 시를 읽고, 낭독자의 소감과, 시인의 주석이 함께 어울려지는 줌완독회. ‘오 예!! 내가 하고 싶은 시나눔잔치다’ 참으로 매력적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응용와 활용의 재주꾼 모니카가 바로 실천해봐야겠다고 속마음으로 생난리를 쳤지요. 물론 양해를 얻어 중간 중간 수업도 했으니, 일거 몇득입니까.^^ 참여후기 발표할 기회를 주시길래 이렇게 말했죠. “3시간이 아니라 30시간이라도 참여할 수 있다”라고요. 제가 맘 먹으면 한 끈기 두 끈기... 꽤나 보여드릴 수 있거든요~~ 이 글을 통해 안준철 시인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의 시는 안준철시인의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입니다. 제가 가장 낭독하고 싶었던 시. 봄날의 산책 모니카.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 안준철


봄이랑 놀았다

봄이랑 연두랑 노는 동안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점심 먹고 자전거 타고 나가서

해가 똥구멍에 닿을 때까지

봄이랑 연두랑 노는 동안

용케도 봄을 가지고 놀지는 않았다

마음을 다해 정성을 다해 놀았다


연두는 그냥 연두가 아니다

겨우내 죽었다가 살아나서 연두가 된 것이다

나는 나무도 아닌데

어떻게 죽었다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가

연한 사람이 되라고

연두가 내게 귀띔을 해준 것도 같다

봄과 잘 놀고 돌아가는 길

봄바람이 이마에 살랑대자

내 입가에 살포시 미소가 지어졌다

봄을 가지고 놀았다면

이렇게 뒤끝이 깨끗하지는 않았을 거다


봄이 고맙다

봄에게 나도 고마운 사람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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