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앞 아파트담장 둘레에 벚나무 20여그루가 있어서 학생들 오고 갈 때 그나마 봄을 느낄 수 있는데요. 막상 나무와 꽃을 바라보는 학생들이 없습니다. 내린 비를 얼마나 마셨는지, 꽃 봉우리마다 빨간 눈이 불긋거리며 살짝만 건드려도 ‘오메, 더는 못 참어’ 소리치며 하늘을 향해 터져버릴 것 같습니다. 아들이 중1때, 4월 어느날. 은파로 벚꽃구경 가자는 사람들 말에 학교간 아이가 생각났지요. 그때도 그런 생각했어요. ‘다시 못올 이 봄, 이 아름다운 벚꽃을 신입생이 된 아들에게 보여주자.’ 라고요. 학교가 파하는 시간은 학원이 시작되는 시간임에도, 저는 학교 앞에서 아들을 기다렸지요. 은파 길을 걸으며 음료수 하나 들고 아들과 벚꽃길을 걸었습니다. 아마 제 아들은 잊었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그때 주고받은 말, 그때 제 아들의 표정도 다 기억합니다. 금주부터 학생들 중간고사 대비에 들어갔는데요, 아무리 시험이 중하다해도 우리 학생들이 단 하루라도 꽃도 보고 하늘도 보고 나무도 보고 새소리도 들어보고 그런 후 책을 보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또 하나 말해주었지요. “역사책에 나오는 팔만대장경 나무도 산벚나무로 만들었다더라. 꽃봉우리들이 왠지 글자모양처럼 신비롭지 않니?“ 한 학생이 답하기를 ”저 한국사만 1등급이예요. 다른과목은 다 폭망이예요.“ ”잘했어. 제일 잘한 공부네. 한국사가 가장 중요한 공부지. 통닭먹자 애들아.“ 학생들에게 낸 과제 하나는 다름 아닌, 주말에 꼭 벚나무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는 거라고 했어요. 오늘부터 비 소식이 없으니, 매초보다 더 빠르게 피어날 군산의 벚나무꽃들의 부활. 기독교에서는 성삼일(예수부활 전 3일)과 예수부활이 있는 주말입니다. 종교와 무관하게 우리는 늘 영적으로 부활의 신비를 간구합니다. 우리의 그 마음을 대신하여 끊임없이 부활의 모습을 보여주는 꽃과 나무들, 하늘의 구름과 바람에게 고맙다고 꼭 들려주세요. 도종환시인의 <산벚나무>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