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345

2024.3.29 도종환<산 벚나무>

by 박모니카

학원 앞 아파트담장 둘레에 벚나무 20여그루가 있어서 학생들 오고 갈 때 그나마 봄을 느낄 수 있는데요. 막상 나무와 꽃을 바라보는 학생들이 없습니다. 내린 비를 얼마나 마셨는지, 꽃 봉우리마다 빨간 눈이 불긋거리며 살짝만 건드려도 ‘오메, 더는 못 참어’ 소리치며 하늘을 향해 터져버릴 것 같습니다. 아들이 중1때, 4월 어느날. 은파로 벚꽃구경 가자는 사람들 말에 학교간 아이가 생각났지요. 그때도 그런 생각했어요. ‘다시 못올 이 봄, 이 아름다운 벚꽃을 신입생이 된 아들에게 보여주자.’ 라고요. 학교가 파하는 시간은 학원이 시작되는 시간임에도, 저는 학교 앞에서 아들을 기다렸지요. 은파 길을 걸으며 음료수 하나 들고 아들과 벚꽃길을 걸었습니다. 아마 제 아들은 잊었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그때 주고받은 말, 그때 제 아들의 표정도 다 기억합니다. 금주부터 학생들 중간고사 대비에 들어갔는데요, 아무리 시험이 중하다해도 우리 학생들이 단 하루라도 꽃도 보고 하늘도 보고 나무도 보고 새소리도 들어보고 그런 후 책을 보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또 하나 말해주었지요. “역사책에 나오는 팔만대장경 나무도 산벚나무로 만들었다더라. 꽃봉우리들이 왠지 글자모양처럼 신비롭지 않니?“ 한 학생이 답하기를 ”저 한국사만 1등급이예요. 다른과목은 다 폭망이예요.“ ”잘했어. 제일 잘한 공부네. 한국사가 가장 중요한 공부지. 통닭먹자 애들아.“ 학생들에게 낸 과제 하나는 다름 아닌, 주말에 꼭 벚나무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는 거라고 했어요. 오늘부터 비 소식이 없으니, 매초보다 더 빠르게 피어날 군산의 벚나무꽃들의 부활. 기독교에서는 성삼일(예수부활 전 3일)과 예수부활이 있는 주말입니다. 종교와 무관하게 우리는 늘 영적으로 부활의 신비를 간구합니다. 우리의 그 마음을 대신하여 끊임없이 부활의 모습을 보여주는 꽃과 나무들, 하늘의 구름과 바람에게 고맙다고 꼭 들려주세요. 도종환시인의 <산벚나무>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산 벚나무 – 도종환


아직 산벚나무 꽃은 피지 않았지만

개울물 흘러내리는 소리 들으며

가지마다 살갗에 화색이 도는 게 보인다

나무는 희망에 대하여 과장하지 않았지만

절망을 만나서도 작아지지 않았다

묵묵히 그것들의 한복판을 지나왔을 뿐이다

겨울에 대하여

또는 봄이 오는 소리에 대하여

호들갑떨지 않았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경박해지지 않고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요란하지 않았다

묵묵히 묵히 걸어갈 줄 알았다

절망을 하찮게 여기지 않았듯

희망도 무서워할 줄 알면서*

*루쉰의 글 <고향>에서 인용.

사진이미지출처<네이버>

책방 옆 제비꽃.. 작년 바로 그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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