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346

2024.3.30 이준관 <진짜골목>

by 박모니카


책방마을 차도로 포장으로 부산하더구요. 옆집 강 어머님 카페도 문을 연다하고, 앞집 어머님 집은 게스트하우스로 변신하고요. 3년 전 왔을 때에 비하면 소위 ‘발전’하나봅니다. 마을 어른들이 바라는 건 오로지, 관광지로의 변신인 것 같아요. 근데 저는 다소 서운합니다. 그냥 그래도 있으면 좋겠거든요. 포장한다고, 구불구불한 길, 울퉁불퉁한 길 다리미로 펴듯 쫙쫙 굴러가는 롤러(roller)의 움직임. 마을에 손님이 많으면 좋겠다는 말만 하는 어른들. 하긴 제가 마을의 그 힘들었던 역사를 한 조각이라도 떼어내 보면 그분들이 왜 발전을 원하고 오로지 편리함만을 추구하는지 알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자꾸 다른 마을과 똑같아지는 모습에 말랭이 고유의 색이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긴 하지요. 며칠 전에는 김수미(전원일기, 일용엄니)가 와서 하루종일 촬영한다고, 수십 명의 스탭진들이 비도 오는데 힘든 촬영을 했답니다. 사실 김수미씨의 본집도 아닌데, 이름하나 걸고 관광지로 만들어놓으니, 마을에 와서 꼭 들렀다 가는 곳이기도 하지요. 제가 시 공무원 같으면, 말랭이마을사람들이 살았던 언덕들 위에 그들 삶의 풍경과 방문객들의 마음이 어울려질 수 있도록, 마을의 옛 모습을 떠오르는 ‘그 무엇’을 할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도 해 본답니다. 어제는 바람마저 장난 아니게 불어서 책방 어닝을 흔들거리고 화분 몇 개가 계단 아래로 뚝 떨어지고... 바람따라 마을 이곳 저곳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마을을 생각해 본 하루였습니다. ‘덜 변했으면 좋겠다’ 오늘은 이준관시인의 <진짜골목>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진짜 골목 - 이준관


조용한 골목은 영 골목 같지 않다

참새들이 전깃줄에

떼 지어 앉아 재잘거리고

콩알만 한 생쥐가

달콩달콩 거리며 돌아다녀야

골목 같다

잿빛 코가 반질거리는 개가 전봇대에

오줌을 갈기고 가야 골목 같다


서로 밀치고 싸우던 아이들이

금방 잊어버리고 마주 보고 헤헤헤 웃어야

골목 같다


골목길을 달리다 넘어져 무릎에

피가 쪼끔 나야 골목 같다

조용한 골목은 영 골목 같지 않다

바람이 차고 가는 깡통처럼

왈그락 달그락 소리가 나야

진짜 골목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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