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353

2024.4.6 이기철 <벚꽃그늘에 앉아보렴>

by 박모니카

떨리는 마음으로 사전투표하셨을까요. 오늘까지 사전선거투표일입니다. 본 선거일(4.10일)도 있지만 주말 아침 나서는 길에 꼭 투표장으로 먼저 발걸음하셔서 당신의 마음을 보여주세요!

오늘은 일년 중 군산이 가장 아름다운 날. ’이제 이보다 더 예쁠 수는 없어‘라고 소리치는 벚꽃들의 함성이 가득한 날. 터져버린 연분홍빛 꽃잎마다 여리디 여린 부드러움으로 감히 손댈 수 없이 바라만 보는 날. 월명산, 은파호수, 청암산을 포함하여 군산의 시내 가는 곳마다 꽃 향에 취해 너도나도 주저앉아 마냥 놀고만 싶은 날. 천상에서 내려온 뻥튀기 아저씨의 오묘한 솜씨로 태어난 옥수수 알 콘들의 풍성한 식탁을 볼 수 있는 날. 온 우주의 운행이 마치 군산에 멈춘듯한 주말풍경 일 것입니다. 어제는 시민 한 분과 인터뷰를 하고 배경사진 촬영차 월명산 수시탑근처를 산책했는데요. 저야 매일 볼 수 있는 이 아름다운 광경을 이분께서는 일상에 파묻혀 제대로 본 적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아름다운 그녀의 마음만큼이나 아름다운 벚나무 꽃과 동행한 수시탑을 전경으로 사진을 담아드렸습니다. 그리고 홀로 얼마 동안 걸으며 이 봄을 향해 찬미노래 불렀답니다. 저 같은 홀로 산책족들이 생각 외로 많아서, ’세상사 사람사는 모습과 마음은 다 비숫하구나‘라고 생각했지요. 오늘도 20년 된 지인들이 어디든 한 바퀴 돌아보자네요. 우리 학생들에게 말하길, 벚꽃나무 있는 곳 어디선가 만나면 누구든지 간식비 준다했는데,,, 혹시라고 만나질까 기다려집니다. 제발 공부한다고 집콕, 학원콕 만 하지 말길~~ 학부모께도 문자 드렸거든요. 전국이 벚꽃열병으로 마음앓이 하고 있지만, 우리 군산처럼 호수, 바다, 산과 어우러져 피어난 벚꽃은 많지 않으니, 멀리 가지 마시고 가까이 보시고, 가까이 호흡해보세요. 소중한 것은 늘 가까이 있으니까요.^^ 이기철시인의 <벚꽃그늘에 앉아보렴>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 이기철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 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 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 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 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 놓고

구름처럼 하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 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 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 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동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 통장도 벗어 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정하게 앉아 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 떼 잉잉거리는 벚꽃처럼

넉넉하고 싱싱해짐을 알 것이다

그대, 흐린 삶이 노래처럼 즐거워지길

원하거든

이미 벚꽃 스친 바람이 노래가 된

벚꽃 그늘로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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