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354

2024.4.7 최원정 <벚꽃, 이 앙큼한 사랑아>

by 박모니카

“동상, 엄마 모시고 벚꽃구경가세. 작년에도 수시탑 아래 벚꽃 보시면서 좋아하셨네.” 막내동생부부는 저녁7시, 엄마를 모시고 나와서, 남들처럼 은파에서 밥도 먹고 커피숍에 앉아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지요. 날마다 늙는 발걸음으로 제 옆에서 기지개를 켜는 우리집 복실이를 보며, 당신의 늙음을 공유하고 세월의 덧없음을 실려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울엄마. 어젯밤에는 어둠 속에 그 환한 벚꽃 얼굴을 못 보았으니, 오늘 낮에는 꼭 보여드려야겠어요. 꽃잎마다 당신 마음 새기시며 시인보다 더 멋진 고향의 말투 하나 끌어내렵니다. 어제는 새로 자리잡을 텃밭을 일구며, 괭이질과 갈퀴질 조금 했다고 밤새 이곳저곳이 쑥쑥^^ 감자씨눈 보며 조각을 내놓고 마르기를 기다리네요. 감자심기를 끝내야 제 할 일을 마치는 거니까요. 날이면 날마다 할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제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뚜렷한 징표이니, 감사하고 또 감사할밖에요. 또 어제처럼, 새벽산책하며, 월명의 또 다른 벚꽃스팟을 사진에 담는 일, 여고시절 교복을 책방을 찾아준 동창들(처음 본 사람들임에도)과 맛난 수다를 떠는 일, 책방지기의 점심시간을 기다렸다가 책을 사려고 다시 왔다는 관광손님의 배려를 맞는 일 역시, 고맙고 또 고마운 시간입니다.

오늘의 첫 일정으로 은파호수 벚꽃길 옆, 성당 미사에 가는 길에 또 한번 군산의 이 아름다운 시간을 몸과 마음으로 사랑하겠습니다. 혹여라도 헛 손질하며 다른 곳으로 가려는 당신의 시간이 느껴진다면 꼭 붙들어 매고 사정이라도 하시길! ’오늘만은 꼭 같이 있어주. 벚꽃그늘 아래에서 떨어지는 꽃잎이 내 눈을 덮여주도록 그곳으로 가자.‘ 라구요. 최원정시인의 <벚꽃, 이 앙큼한 사랑아>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벚꽃, 이 앙큼한 사랑아 - 최원정


햇살 한 줌에

야무진 꽃봉오리

기꺼이 터뜨리고야 말

그런 사랑이었다면

그간 애간장은

왜, 그리 녹였던 게요


채 한 달도

머물지 못할 사랑인 것을

눈치 챌 사이도 없이,

무슨 억하심정으로

이 얄궂은 봄날

밤낮으로 화사하게 웃고만 있는 게요


한줄기 바람에

미련 없이 떨구어 낼

그 야멸찬 사랑이라면

애당초 시작이나 말지

어이하여

내 촉수를 몽땅 세워놓고

속절없이 가버리는 게요

이 앙큼한 사랑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다시봄날편지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