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김영하

2020.1.10 독후일기4

by 박모니카

내 글쓰기의 새로운 블럭을 만들었다. 바로 "딸과 함께하는 북쉐어 향연"이다.


며칠전 , 올해 글 읽고 글 쓰기의 한 형태로 이런 것도 했음 좋겠다 라는 딸의 조언을 따랐다.

굳이 일정한 시간을 정하지 않더라도 같은 책을 읽고 서로의 느낌을 공유하자는 논리였다.

그 첫번째 책으로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를 선택했다.


침대에 걸터 앉았다. 무슨 말로 시작할까.

"지원아 너부터 얘기해바. 이 책에 대해서."

"엄마, 나는 이럴때가 제일 어색하고 힘들어. 책에 대해 무엇을 먼저 말해야 되는지에 대해."

"그래? 그럴수 있지. 근데 우리의 목적은 읽은 책에 대해 그냥 자기의 느낌을 말하자는 거였잖아.. 나부터 할까?"


내가 먼저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용어는 철학자 가브리엘이 말한 '호모비아토르' - 인간은 여행하는 존재래.

"인간은 끝없이 이동해왔고 그런 본능이 우리몸에 새겨져왔다"는 말이 신기했어.

그의 말대로 인간의 유전자 속에 여행이란 세포가 있다면 엄마는 완전히 직무유기죄에 걸릴거야.

엄마하면 생각나는 표현 중 가장 많이 떠오르는 말이 '책임감이 강한 사람,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래.

생각해보면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지. 특히 나 아닌 상대방과의 관계에서는 지나쳐서 강박일정도가 되었으니까.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지. "왜 이렇게 나는 스스로 구속되어 있을까"라고.

정말 내 몸 속에도 여행이라는 유전자가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그것을 꺼내야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어.

그래야 나의 유전자가 너에게도 갈수 있을테니.


비록 armchair traveler(방구석여행자)가 될지라도 나와는 다른 그들의 느낌과 경험이 그들의 언어로 표현되어 내 여행의 경험에 얹어지는 그런 나를 꿈꾸게 됐어.


작가의 말대로, 여행의 경험은 켜켜이 쌓여 일종의 숙성과정을 거치며 발효한다 했으니 비여행 이든 탈여행 이든 여행이란 단어를 내 몸 속에 정착시키는 행위가 먼저일것 같아.


이 책이 단순히 여행에 관한 실체적 몸짓을 쓴것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 인간이 사유할수 있는 범위를 시공간적으로 확대시키고 축적시켜주는 역할을 해서 좋았어.


또 하나 기억나는 것은, 이델베르그의 <그림자를 판 사나이>라는 책을 읽어보고 싶은 거야.

이 책도 함께 읽게 되면 그때 또 얘기하자.


딸이 얘기했다.


아무래도 내가 독일어에 관심이 있다보니 독일소설가 프란츠카프카가 먼저 눈에 띄었어.

고2때 이 작가의 <변신>을 독일어로 읽고 토론하던 때도 생각났고.


김영하 작가는 카프카<성>이란 작품을 언급했는데, 건축기사 K의 질문인 ‘성’은 어디에 있는지에 답변으로 '그 성은 우리 내부에 있을 수도 있다. 목표가 반드시 미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라고 했어.

바로 지금, 순간의 즐거움이 목표일 수 있다.(카르페디엠)'라는 표현들에게 공감했지.


카프카적 상황이란, 현대의 복잡한 패러다임 아래,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을 말하는데 이 말은 반드시 목표대로 살아지는게 아니라는 말 같아.


작가가 참여한 방송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기한 잡학사전(알쓰신잡)의 두 그룹에서보면

한 그룹은 프로그램의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의 모습이고 또 한 그룹은 프로그램의 목표는 모르지만 자신이 주도권을 가지고 틀을 형성하는 모습이 나온데.


아마도 엄마는 두번째 그룹에 속할껄~~. 엄마 나도 고3까지 매일 목표를 세우고 매일 의식하며 살아왔어.

매일밤 수첩에 써 있는 매일목표가 달성되지 못했을때의 무기력해지곤 했지.


오히려 요즘시간들, 엄마가 보기에는 노는 것 같은 시간들, 그런 텅빈시간이 주는 의미와 지혜를 만나고싶어.

어찌보면 두루뭉술하게 목표도 없는 사람처럼 보일지라도.


너무 목표지향적인 것보단 조금은 덜한 계획(목표)가 현재를 더 풍부하게 채워준다는 것을 알게 됐지.

설정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에서 좀더 많은 인내와 감정을 참다보면 지치게 되어 막상 그 목표의 결실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도달했다 하더라도 참 즐거움을 느낄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김영하작가가 말했잖아. 여행이란 일상의 부재, 뜻밖의 즐거움이라고.


그리고 또 생각나는 것은 칸트의 여행자세야.

즉 탈여행이란말에 공감이 되고 책읽기와 사진을 통한 간접적 여행이 이점이 될 수 있다는 말도.

엄마도 조금은 목표를 덜 가졌으면 좋겠어.

그리고

반드시 이루어야 된다는 생각을 줄이면 좋겠어.


마지막으로 나도 엄마처럼 이 책이 단순한 여행일지나 여행지 소개문, 감상문이 아니어서 좋았지.

여행을 필두로 삶의 철학을 편안하게 얘기해주어서 좋았고.

특히 일상의 모습을 여행으로, 나를 여행자로 느끼게끔 해주었던 책이었던 것 같아.


내 얘기는 사라졌다.

아니 사라짐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딸의 얘기를 집중해서 들었다.

노트북에 부지런히 적었다.

딸의 이 느낌을 먼 훗날에라도 다시 끄집어 낼 수 있는 기억의 창고하나를 만들고 싶었다.

특히 목표를 덜 가졌으면 좋겠다는 딸의 조언에 공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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