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357

2024.4.10 김승희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by 박모니카

사람들은 숫자에 의미를 더하거나, 더해지는 의미를 기억하기를 좋아합니다. 저도 그런 듯, 오늘 04월10일을 다시 조합하니 왠지 천사들의 모습이 보이거든요. 홍길동도 아닌데, 어제는 갑자기 남도의 섬, 천사(1004)개의 섬으로 되어 있다는 전남 신안군에 다녀왔습니다. 목포앞바다에 그림처럼 떠 있는 압해도(押海島)와 암태도(巖泰島)를 연결한 천사대교를 포함하여 약 7km 길이, 2개의 주탑(주경 간 길이 1004m), 정면에 마름모 형태의 가로보를 새겨넣어 '신안 다이아몬드 섬’을 형상했다고 합니다. 이 다리의 개통으로 압해도, 암태도, 자은도, 안좌도, 팔금도, 자라도, 추포도 등의 섬들이 목포와 여러 육지로 연결되니 섬사람들에게는 정말 다이아몬드보다 더 황홀한 보석세상이 된 것 이지요. 제 고향 섬, 위도 내에서도 연도교(連島橋)를 일부 공사중이고, 선유도를 육지와 연결할 때도 일부 반대의견이 있었지만, 섬과 육지가 이어져 더 많은 이점이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어쨌든 저는 한국시낭송예술원 회원분들 옆자리에 동행하는 행운이 있었어요. 하루라도 군산을 비우는 것이 미안해서, 어제 아침 일찍 은파 벚나무꽃 들에게 굿모닝하며 한바위 돌고 떠났지요. 대부분 단체여행하면 일정한 길을 따라가는데요, 이번 여행에서는 남과 다르게 여행하는 가이드(시인 및 여행가) 덕분에 좀 특별한 길을 따라 다녔습니다. 출발한 버스 안에서 한시예 회원들이 들려주는 잔잔한 시낭송 에서부터, 일찍이 여름을 당겨온 1시간여 소나무 해변가 산책, 모래산길따라 오르막내리막거리며 고사리 찾는 재미, 안좌면의 천석부자집 아들이었던 세계적 미술거장, 김환기화가의 생가 미술관 방문과 뒷 야사를 듣는 즐거움에 이르기까지... 동행내내 남도의 따사로운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은 제 곁에서 계속 봄을 선물했지요.

가장 놀랐던 것은 신비로운 보라색, 퍼플섬의 한 커피숍에서 박연준시인의 책을 읽으려고 펼쳤는데, 그 속에 끼워있던 제 딸의 편지를 발견한 일입니다. 벌써 두달 전, 파리에서 귀국길에 펼져진 혼동과 어려움. 누구보다도 가족 여행을 기획한?? 제 딸이 갑작스런 기차파업으로 비행기시간을 놓치고, 변경하기 까지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지,,, 그런데 파리공항을 떠나기 전에 썼었나봅니다. 딸의 편지 한 장을 이제야 자세히 읽는 제가 얼마나 무심한 엄마입니까. 그래도 낯선 섬에서, 갑자기 한 시인이 들려주는 듯한 딸의 글, 찐한 위로가 전해옵니다. 정말로 인생은 알 수 없어요. 그래서 더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찾으며 살아야 하나 봅니다. 오늘은 국회의원 선거날, ‘그래도 희망이 있구나‘라며 사랑을 싣은 천사들이 이 땅으로 내려오길 기도하면서!! 그리고 꼭 투표합시다. 김승희시인의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 김승희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천사 같은 김종삼, 박재삼,

그런 착한 마음을 버려선 못쓴다고


부도가 나서 길거리로 쫓겨나고

인기 여배우가 골방에서 목을 매고

뇌출혈로 쓰러져

말 한마디 못해도 가족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

중환자실 환자 옆에서도

힘을 내어 웃으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마음속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런 마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 가장 아름다운 것 속에

더 아름다운 피 묻은 이름,

그 가장 서러운 것 속에 더 타오르는 찬란한 꿈


누구나 다 그런 섬에 살면서도

세상의 어느 지도에도 알려지지 않은 섬,

그래서 더 신비한 섬,

그래서 더 가꾸고 싶은 섬 그래도,

그대 가슴속의 따스한 미소와 장밋빛 체온

이글이글 사랑과 눈이 부신 영광의 함성


그래도라는 섬에서

그래도 부둥켜안고

그래도 손만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강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

어디엔가 근심 걱정 다 내려놓은 평화로운

그래도 거기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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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신안섬3.jpg 모래언덕의 주름이 마치 어느 여인의 입가, 살포시한 웃음처럼 보였어요... 옆에 한시예 채영숙 시인이 서 있었거든요^^
10.4신안섬2.jpg 김환기화가의 생가미술관
10.4신안섬5.jpg 여행을 이끌어준 한시예회장, 채영숙님의 손에 고사리가 가득!
10.4신안섬4.jpg 모래해변에 서 있던 피아노가 드디어 주인을 만났군요. 전재복시인이 동요 한자락 들려주었지요.
10.4신안섬6.jpg 딸의 사랑은 이렇게 멀리서도, 언젠가는 전해오는군요.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앚아 있는 배경에서...' 황동규시인 <즐거운 편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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