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358

2024.4.11 나희덕 <그 복숭아 나무 곁으로>

by 박모니카

밤새 쏟아질 선거결과에 귀를 닫았습니다. 새벽에 유투브를 켜니, 90퍼 이상 진행된 결과들이 보이는 군요. 압승, 돌풍이라는 표현들이 있는데요, 제 생각에는 참으로 걱정과 우려가 더 커졌습니다. 세상에 두 가지 색만 있는 것이 아닌데요, 이 땅에 경상도와 전라도만 있는 것이 아닌데요. 대선이든 총선이든 언제나 깃발은 둘 중 하나인 듯한 이 나라. 어쨌든 선거는 끝났고, 현 정권에 대한 견제의 볼은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경제복구와 외교안보 부분에서 안정된 사회로의 복귀를 희망할 뿐입니다. 오늘부터 새 세상이 열릴까요. 글쎄요... 어제없는 오늘이 없고, 오늘이 있어야 내일이 있으니, 우리는 살아온 지금처럼 오늘도 열심히 할 일을 하는 것이 최고의 길이지요. 어제는 시댁과수원에 황홀하게 피어난 핑크빛 복숭아꽃을 보러 갔었네요. 꽃이 지고 열매가 맺는다고 해서 그 맛이 다 달콤한 것은 아닌데요, 벌써부터 도화꽃은 이미 우하한 복숭아냄새를 풍겨주었습니다. 결혼 첫해, 시어머님이 주신 연분홍 빛 복숭아는 최고의, 천상의 맛이었지요. 이쁘지도 않은 나이먹은 며느리 하나가 와서, 호들갑을 떠는 모습마저도 사랑스럽다고 늘 칭찬하셨습니다. 결혼 3년차까지 어머님의 복숭아를 매번 1번으로 받아들고, 그 단물을 쪽쪽 빨아먹었지요. 갑자기 복숭아 밭에서 저를 주겠다고 복숭아를 따던 어머님의 손길과 환한 미소가 떠오릅니다. 제가 편지로 드릴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글의 향기. 당신 마음의 단지 속에, 제 글과 버물어진 복숭아꽃잎, 그리고 어머님의 사랑을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오늘도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시게요. 나희덕시인의 <그 복숭아 나무 곁으로>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그 복숭아 나무 곁으로 – 나희덕


너무도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진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나는 왠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흰꽃과 분홍꽃을 나란히 피우고 서 있는 그 나무는 아마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 거라고

멀리로 멀리로만 지나쳤을 뿐입니다

흰꽃과 분홍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

나는 그 나무를 보고 멀리서 알았습니다

눈부셔 눈부셔 알았습니다

피우고 싶은 꽃빛이 너무 많은 그 나무는

그래서 외로웠을 것이지만 외로운 줄도 몰랐을 것입니다.

그 여러 겹의 마음을 읽는 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


흩어진 꽃잎들 어디 먼 데 닿았을 무렵

조금은 심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 복숭아나무 그늘에서

가만히 들었습니다 저녁이 오는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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