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360

2024.4.13 복효근 <다시, 임의 침묵>

by 박모니카

꽃무늬 마스크 사진을 받았네요. 세월호 유가족께서 만들었다고요. 올해는 ’세월호 희생자 추모 10주기(세월호 참사 2014.4.16.)‘입니다. 주말동안 전국 곳곳에서 추모행사를 하는데요, 군산에서도 시낭송을 하는 한국 시낭송 문화예술원(한시예)과 세월호 군산기억모임을 비롯하여 다양한 단체에서 추모행사를 합니다. 벌써 10년이 흘렀네요. 요즘같이 뭐든지 빠른 시절엔 분명 강산도 여러번 바뀌었을텐데, 세월호참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결코 바뀔 수가 없습니다. 저만해도 그날 아침의 일이 생생하니까요. 중학자녀를 두었던 시절, 학생들의 수학여행에서 일어난 그 사건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설마, 설마... 다 구조하겠지.‘를 수천 번 뱉었던 우리들이 아닌가요. 사건의 진실을 10년이 되도록 규명되지 못하는 정치현실, 여전히 우리 모두를 거대한 풍랑 속에서 침몰하는 세월호 안에 있게 합니다. 많은 사람들처럼, 저도 지역에서 행사기간 동안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들을 하며 세월호의 아픔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작게는 제 학원 학생가족들, 책방 손님들과 함께 세월호에 대한 기억속으로 들어갑니다. 오늘은 군산에서 열리는 행사에 취재차 나가서 혹시 할 일이 있을까 둘러볼 예정이네요. 운전하는데 벚꽃 한 잎이 차창에 내려앉는 것만 봐도 마음이 움찔했어요. 저 작은 꽃잎 하나도 인연이 되고자 찾아왔는데, 해마다 기억저장소에서 날라오는 수많은 노란 나비의 방문을 어떻게 모른체 지나치나요. 꽃비 맞으며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그 마음 한 조각이라도 떼어내 노란나비 가족들과 나누시게요. 따뜻하게 두 팔로 안아주며 이 봄날의 찬란한 슬픔을 함께 위로하시게요. 한시예에서 10여명의 회원들이 낭송하는 시들도 꼭 함께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아침편지도 오늘부터 4.16일까지 세월호의 슬픔을 노래한 시들이 계속됩니다. 오늘은 복효근 시인의 <다시, 임의 침묵>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다시, 임의 침묵 - 복효근


한 개비 성냥불이

수백만 개의 촛불로 옮겨 타듯이

내가 숨 쉬고 있는 저 하늘

이 푸른 시간은 세월호의 임들이 남겨놓은 것

내 안에는 꺼지지 않을 촛불이 타고 있습니다

임은 갔지만 나는 임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되는 역설의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살아내야 합니다

이제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붓습니다

갔어도 보낼 수 없는 것

갔어도 가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청청하게 살아있는 것이 있습니다

내가 그 아들입니다

아이들이 나입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임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4.13세월호1.jpg 제 자리에 찾아온 제비꽃... 꽃들의 기억력을 닯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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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세월호3.jpg 오후 2-4시까지 시낭송 회원들이 들려주는 시낭송에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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