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4.16 신경림<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
오늘은 세월호참사 10주기 추모의 날입니다. 초등2학년 어린이가 묻더군요. ’이 노란 팔찌는 뭐예요?‘ 그러고보니 이 학생이 태어나기도 전이었군요. 코로나라는 말은 알아도 ’세월호‘라는 말은 모를 수밖에요. 이젠 학교에서도 예전처럼 추모행사를 깊이있게 하지 않으니까요. 참사 이후부터 우리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는 방법도 모두 달라졌지요. 중간고사 이후부터 학생들이 수학여행길에 오르는데요, 학년 전체가 움직이는 대규모 여행은 없어요. 오늘 하루 아무 시각이나, 생각하시거든 발걸음 멈추고 꼭 위로의 기도한번 올리시게요. 어젠 비도 오는데, 책방에 책 택배가 온다해서 부랴부랴 올라갔어요. 연분홍빛 꽃잎들이 하얗게 뿜어대던 그 수 많은 수다(chatting)들. 이제는 모두 지쳤는지, 거의 보이지 않고, 그 자리에 쑤욱 내밀고 들어온 연두빞 나뭇잎들이 또 무성해지고 있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초록 세상 문이 열리네요. 사계절마다 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세상을 꾸며주는 우리의 자연들. 봄꽃의 여왕 벚꽃이 져도 ’걱정하지 말라’는 듯 책방 앞뒤로 철쭉꽃들이 화려한 화장을 하고 찾아왔습니다. 누가 찾아오든 얼마나 귀한 존재입니까. 정현종시인의 <방문객>에서처럼, 사람도 꽃도, 만물의 변화가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니까요. 축복의 세례를 받은 것처럼 달콤한 봄비의 세례를 받은 감자밭으로 슬슬 걸어가볼까 합니다. 가는 내내 만나는 모든 이를 위해 ‘평화를 빕니다’라고 맘으로 인사하겠습니다. 오늘은 신경림 시인의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 - 신경림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
아무도 우리는 너희 맑고 맑은 영혼들이
춥고 어두운 물속에 갇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밤마다 별들이 우릴 찾아와 속삭이지 않느냐
몰랐더냐고 진실로 몰랐더냐고
우리가 살아온 세상이 이토록 허술했다는 걸
우리가 살아온 세상이 이렇게 바르지 못했다는 걸
우리가 꿈꾸어온 세상이 이토록 거짓으로 차 있었다는 걸
밤마다 바람이 창문을 찾아와 말하지 않더냐
슬퍼만 하지 말라고
눈물과 통곡도 힘이 되게 하라고
올해도 사월은 다시 오고
아름다운 너희 눈물로 꽃이 핀다
너희 재잘거림을 흉내 내어 새들도 지저귄다
아무도 우리는 너희가 우리 곁을 떠나
아주 먼 나라로 갔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바로 우리 곁에 우리와 함께 있으면서
뜨거운 열망으로 비는 것을 어찌 모르랴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보다 알차게
우리가 만들어갈 세상을 보다 바르게
우리가 꿈꾸어갈 세상을 보다 참되게
언제나 우리 곁에 있을 아름다운 영혼들아
별처럼 우리를 이끌어 줄 참된 친구들아
추위와 통곡을 이겨내고 다시 꽃이 피게 한
진정으로 이 땅의 큰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