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364

2024.4.17 최수지 <4월, 너를 배경으로>

by 박모니카

자꾸 뒤돌아보는 횟수가 늘어가는 건, 진정 나이가 들어가는 걸까요. 산길을 걷다가도, 책을 읽다가도, 말을 나누다가도, 상대방의 얼굴을 바라보다가도, 자꾸 뒤를 바라봅니다. 앞으로만 앞으로만 향하던 몸과 마음이 제자리에 세워져서 자신을 먼저 깊이 바라보라는 말을 듣기도 하구요. 어린 조카들의 해 맑은 웃음을 보다가 때론 울컥하고 설움이 밀려오기도 하구요. ‘아, 정말 시간이 빨리도 지나가는구나.’ 벌써 17일이라는 날짜에게 한숨을 토해내고 아침을 시작합니다. 조각조각 만들어놓은 시간을 들여다보면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산다고 생각했는데, 하루를 정리하고자 그 조각들을 모아놓고 보면 얼마나 허술하고 구멍이 많은지... 마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에 나오는 치즈덩어리의 구멍들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다짐하나 봅니다. ‘구멍 하나를 메워볼까? 어떻게, 무엇으로, 누구와 함께...’를 에둘러 생각하네요. 신학기 3월이 지나면 쏜살같이 흘러가는 시간들, 특히 봄의 가운데 자리, 4월이 피워내는 봄꽃과 초록 순들의 열병에 동참하다 보면 황홀감에 빠져 더욱더 시간의 존재를 잊을 때가 많지요. 어제 학생들 풀이해준 영어독해 문장에서 ‘마음을 나누어 의식적인 마음과 무의식적인 마음’이란 표현이 있더군요. 봄과 꽃을 보면서 생겨나는 마음을 비유하여 설명하다보니, 저 자신에게 해주는 말 같아서 다시한번 곰곰이 되돌아보게 되었었지요. 오늘도 책방까지 산길 따라 걸어가볼까 하는데요, 가다가 되돌아보며 또 다른 낯선 풍경에 놀라고, 설혹 설움이 불쑥 찾아올지라도, 그마저도 '이 순간만이 나의 것'이라는 의식을 챙겨 꼭꼭 주머니에 넣겠습니다. 최수지 시인의 <4월, 너를 배경으로>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4월, 너를 배경으로 – 최수지


찰칵,

그녀 웃는다

나 덤으로 웃는다

햇살도

잦은 비 달래듯 웃는다

첩첩 산 안개비 돌아

구멍마다 집 비운 배암

너도 나오고 나도 나오고

등진 그늘 비껴 앉은 숲이

사람 사이로 풍경을 옮긴다

그리워 목 메이는 바람에 기대어

숨어도 들키는 진달래꽃 몰래 지는데

이름 불러주길 기다리는

산목련 산벚나무 조팝 이팝

깜박 눈인사에

소리 없는 폭죽으로 터지는 대책 없는 저 꽃무리

살아남을 또 하나의 기억

웃음이 평행으로 모두 모여

찰칵,

쉼표로 정지 되는 봄

초록이

하루치 봄날을 밀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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