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잔을 에돌아 흘러나오는 새벽 색깔. 오늘따라 진하게 보이는군요. 날마다 기온이 내려가는 만큼 그동안 따뜻한 공기 속에 숨어있던 입김마저도 스르르 나타날 때입니다. 어젯밤엔 유시민 작가의 인터뷰를 듣다가 잠들었는데요, <당신은 잘살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은 그의 대답. -운 좋아서 살아온 인생, 한 가지 더 바란다면 지금부터 ‘좀 더 다르게, 좀 더 사적으로‘ 살아보는 거-라고 말하더군요. 지금의 모습에 어떤 저항을 보이는 다른 삶이 아니라, ’그냥 재미있는 일 하며 사는 다른 모습의 삶‘ ’내가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관계를 넓히는 삶이 아니라 지금 내 곁에 있는 누군가랑 사적 비밀도 나눌 수 있는 한 사람이 있는 삶‘을 바란다고 했습니다. 그의 말은 제 맘과도 비슷해서 ’그렇지, 나도 그래야지‘라고 중얼거렸지요. 오랜만에 긴 통화를 하게 된 딸의 수다 속에 사적비밀을 나눌 수 있는 대상으로 엄마인 제가 있더군요. 말이래도 ’엄마로서, 인생의 멘토로서, 울 엄마 정말 멋있는 여자야‘라고 해주는 딸의 애교를 듣고 있으니 길고 딱딱했던 하루가 저절로 깊은 고요로 녹아들었답니다. 제 딸이야말로 과한 욕심 부리지 않고 소소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 길을 잘 걸어가고 있는 듯해서 대견하다 싶었습니다. 오늘도 주말, 비가 예보되어 있지만 각종 행사들도 즐비하군요. 세대간, 가족간의 형태로 시낭송을 하며 인문학을 꽃피우는 모 행사에 제 학생들이 참여해서 구경갑니다. 오늘도 책방주인의 부재로 말랭이 책방은 심심하겠군요.^^ 그래도 책방지기가 가을향을 품고 싶어서 여행을 간다는데 아마도 너그러이 봐주겠지요. ’오늘 뿐이야. 너가 찾는 다른 재밌는 삶. 너가 만나고 싶은 비밀의 시간들을 즐겨봐‘라고 말해주겠지 싶네요. 오늘은 이채시인의 <11월에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