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210

2023.11.14 박남준<한 걸음의 발자욱도 부르는 노래가 되어>

by 박모니카

<시인의 밥상, 공지영 지음>이라는 수필집에는 ’버들치시인’이라는 분의 밥상이 나옵니다. 공작가의 타고난 글솜씨도 좋았지만 지리산에 살고 있다는 시인의 밥상을 보면서 분명 시를 잘쓰는 도인 일거라 생각했었죠. ‘미묘하고 순한 치유의 밥상’이라고, ‘시인의 삶이 글보다 더 아름답다.‘라는 표현으로 시인의 모습을 전하죠. 그때 처음 박남준시인을 알고, 또 그가 어떻게 현실사회에 참여하는지도 알았습니다. ‘지리산 시인, 자연시인, 생태시인’ 등 별명도 많지만 단순히 자연이 좋아서 촌에, 산에 사는 반 도시형, 반 현실형 시인이 아닙니다. 생명평화탁발순례, 새만금 간척에 반대하는 삼보일배에 동참, FTA 반대운동 등, 자연 사회운동에 몸으로 직접 참여하며 글을 쓰는 멋진 시인입니다. 우연히 가까운 완주 문화센터주관 <치유의 시, 위로의 노래>라는 프로그램에 박 시인이 나오셨더군요. 무조건 반가워서 그의 시낭송과 시노래도 들었습니다. 제 아침편지에서도 <아름다운 관계> 등 두 편 정도의 시를 올렸던 것 같아요. 덕분에 어젯밤에는 그의 시를 몇 편 더 읽어보았네요. 삼보일배 얘기를 하자니 갑자기 문규현신부님이 생각나요. 얼마 전 해창갯벌, 장승세우기 행사장에서 인증샷도 찍었었는데, 소년 같은 미소로 함께 브이자를 그려주셨는데, 요즘 많이 아프세요. 그의 형 문정현 신부님 말씀에, “내동생, 삼보일배하다가 무릎이 다 나갔어. 나보다 더 늙고 이제 병까지 들었어.‘라고 고함치시던 그 모습 떠오릅니다. 옳은 생각이 제 몸에서 나와 바른 행동으로 실천하는 일, 정말 아무나 할 수 없는 그 가치로운 길을 걸어가는 두 분. 문신부님과 박시인이 생각나는 아침입니다. 오늘은 박남준시인의 <한 걸음의 발자욱도 부르는 노래가 되어> 들어보세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한 걸음의 발자욱도 부르는 노래가 되어 - 박남준

한 걸음의 발걸음도 그냥 뗄 수 없는데

한 걸음의 발자국도

부르는 노래가 되어 나오는데

노래했지요 꽃 피고 꽃 지는 일

더러 피지 못하고 피어오르던 꽃

지고 말았어요


다시 노래했어요

눈물 흐르는 일

흘러서 흐르는 일

흐르는데로 흘러 보내며

해 뜨고 해 지는 날로

눈을 감고 눈을 떴어요

무심코 발걸음을 떼고 또

그 길을 따라 걸었다는 것이지요


흰눈 내려 쌓이는 날

뒤돌아보니 하얀 눈길 위 도장을 찍듯

뚜렷이도 따라오는 내 발자국

아 길을 간다는 것, 산다는 것이

저렇듯 눈길 위에 발자국을 새기며

간다는 것이었는데

여기는 어디인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제껏 살아온, 지나온 삶과

그 길 위에 내가 새기며 걸어왔을

무심한 발자국들, 참담하던 날

한 걸음의 발걸음도 그냥 뗄 수 없구나

저 무수한 길을 향해 달려갔던 사람들

그 발자국마다에 실려오는

숨가쁜 땅의 역사


한 걸음의 발자국도

부르는 노래가 되어 나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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