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362

2024.4.15 정호승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by 박모니카


’밥섬, 식도‘ 제 고향입니다. 부안군 위도면 식도리이지요. 오랜만에 찾은 고향섬 첫머리에 ’밥섬‘이라는 글자가 반겼습니다. 안 본 사이에 방파제 수면은 모두 콘크리트로 덮여 땅이 되었더군요. 30년 넘도록 바다를 땅으로 만드는 공사, 새만금신화?를 만들고 있으니 섬에 딸린 바다구역 일부를 땅으로 만들거나 연륙교를 만드는 일쯤이야... 누워서 떡 먹기처럼 쉽게 하는 일인듯합니다. 이미 사람들의 구미에 맞게 변해버린 고향섬의 지도를 보면서 이제는 ’그럴 수밖에 없겠네‘라고 동의를 해줍니다. 식도는 말 그대로 부안군 전체를 먹여살리는 역할을 합니다. 사계절 내내 물고기잡이(대표어종, 멸치)부터 해산물수확(바지락,홍합, 톳, 미역 등)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바닷속이 보물창고. 지금도 마을전체가 어촌으로 형성되어 길목마다 그물이 하늘 높이 쌓여있지요. 맑은 날이면 섬은 유독 파란빛이 강합니다. 하늘도 바다도 심지어 바위까지도요. 어제도 그런 날, 게다가 봄꽃들까지 만발하여 정말 예쁜 섬풍경이었습니다. 엄마께서 동네 어른들과 며칠 계시다 나올 예정이라 저희 자식들은 휴양지에 놀러간 느낌으로 평안한 휴일을 보냈어요. 또 한 주간이 시작되네요. 개인적으로 가장 바쁜 주간, 다음주부터 중고생 학생들 중간시험이 시작되거든요. 특별히 부족한 학생들 보충시간 잡아서 열공하도록 도와야겠어요. 비 소식이 있으니, 아직도 나무에 매달린 벚꽃잎들은 비가 되어 내리겠군요. 꽃이 피면 핀다고, 지면 진다고 생각나는 사람들. 함께 동행하시게요. 정호승시인의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 정호승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그대를 만나러 팽목항으로 가는 길에는 아직 길이 없고

그대를 만나러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는 아직 선로가 없어도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푸른 바다의 길이 하늘의 길이 된 그날

세상의 모든 수평선이 사라지고

바다의 모든 물고기들이 통곡하고

세상의 모든 등대가 사라져도

나는 그대가 걸어가던 수평선의 아름다움이 되어

그대가 밝히던 등대의 밝은 불빛이 되어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한 배를 타고 하늘로 가는 길이 멀지 않느냐

혹시 배는 고프지 않느냐

엄마는 신발도 버리고 그 길을 따라 걷는다

아빠는 아픈 가슴에서 그리움의 면발을 뽑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어주었는데

친구들이랑 맛있게 먹긴 먹었느냐


그대는 왜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는 것인지

왜 아무리 보고 싶어 해도 볼 수 없는 세계인지

그대가 없는 세상에서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잊지 말자 하면서도 잊어버리는 세상의 마음을

행여 그대가 잊을까 두렵다


팽목항의 갈매기들이 날지 못하고

팽목항의 등대마저 밤마다 꺼져가도

나는 오늘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봄이 가도 그대를 잊은 적 없고

별이 져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4.15식도1.jpg 집앞에서 바라본 섬 풍경,, 썰물이 되면 바로 앞 바위까지 길목에 바지락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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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식도3.jpg 코로나 전까지 운영되던 식도초등학교. 지금은 폐교되어 벚꽃과 민들레만 무성했어요
4.15식도4.jpg 폐교를 지키는 <독서하는 소녀상>
4.15식도7.jpg 변함없이 괭이갈매기는 괭이(고양이)처럼 소리내며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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