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言)의 역사‘를 배우는 재미.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 있으시죠. 저는 어떤 영역에서건 소위 말이 나온 내력(역사)를 궁금해 하는데요. 어제 친구와 산책하며 보았던 철쭉꽃들이 떠올라 머리맡에 놓인 책, <알고보니 반할 꽃시, 2023 태학사>을 집어들었죠. 꽃과 그 꽃을 노래한 한시가 궁금할 때마다 보는 책인데요, 어쩌다보니 핸폰이 두 시간여나 잠자고 있을 정도로 꽃 야사에 푹 빠져 재밌게 읽었습니다. 철쭉꽃에 대한 새로 배운 이야기 나눠 드릴테니, 오늘 길가에 만발한 꽃들을 보시거든 꼭 인사 나눠보세요. 아시겠지만 진달래와 가장 큰 구별점, 두 가지가 있지요. 꽃이 먼저 피고 꽃잎을 먹을 수 있는 진달래. 푸른 잎이 먼저 피고 꽃잎에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는 철쭉. 이 말의 어원은 척촉(躑躅, 머뭇거릴 척, 촉)이네요. 꽃이 너무 화려하고 아름다워서 나그네의 발걸음을 머뭇거리게 한다고 해서, 또 독성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래요. 또 다른 이름으로 철쭉꽃에 취해버린 나그네를 뜻하는 ’산객(山客)‘, 진달래 모양과 비슷해서 붙여진 ’개꽃‘ 등의 별칭들이 있어요. 저는 철쭉 하면 일본에서 들어온 꽃으로만 인식했는데, 우리 고유의 산철쭉을 노래한 한시들이 제법 많더군요. 소위 왜철쭉을 포함한 철쭉류나 진달래류를 간혹 ’영산홍‘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분명 구별되는 종류라 합니다. 조선의 연산군이 특히 이 꽃을 좋아하여 궁중에 무려 1만 그루를 심으라 명을 내리는 바람에 전국 팔도 백성들이 왜철쭉을 찾아내 보내는 고초를 일으키니, 얼마나 왕이 미우면 ’연산홍‘이라고 이름까지 바꿔 불렀을까요. 우리 문헌에 등장하는 오래된 철쭉이야기로, 삼국유사에 나오는 <헌화가>가 있는데, 이 설화에서 수로부인에게 바쳐진 꽃이 철쭉이더군요. 전 고전에 나오는 꽃들은 모두 진달래이려니 했거든요.^^ 하여튼 철쭉에 대한 한시와 야사, 학자 성호 이익, 강희안 들이 쓴 찬미 글들을 읽고, 화가 신윤복이 그린 그림, 도자기 백자 문양을 들여다보느라 몇 시간 잘 힐링했지요. 저도 역시 이 꽃의 아름다움에 눈길이 머뭇거려 절로 ’척촉‘과 함께 숨을 쉬면서요. 혼자 알면 또 잊을까봐 이렇게 또 아침편지 글로 당신께도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오늘은 윤인구시인의 <철쭉>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