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모니카 Apr 22.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4

2024.4.22 장석주 <봄>


’우리는 글쓰는 것도 천생연분‘이라고 공공연히 자랑하는 부부작가가 있지요. 그 유명한 <대추 한 알>의 장석주시인과 산문집 <모월모일>의 박연준작가입니다. 어느 해 가을, 과수원의 대추를 따다 먹다가 대추 시를 쓴 시인들은 누굴까 검색하면서 장 시인의 시를 발견했지요. 한 번에 반해서 필사 꽤나 했었네요. 코로나 때 처음 접한 박연준 작가가 쓴 산문집을 읽으면서 젊은 그녀의 고요한 수다를 애독했습니다. 이 두 사람이 부부라는 사실을 안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요, 스승과 제자로 만났다고 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나이 차이가 크더군요) 어제 책방에 온 두 권의 시집이 바로 이 부부의 신작 시집입니다. 장석주 시인의 <꿈속에서 우는 사람>과 박연준시인의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오렴>. 관련기사를 읽어보니, ’글쓰는 것도 천생연분‘이라는 제목을 보고 내심 부러웠습니다. 최근 장 시인의 평론집과 박 시인의 신간 산문집을 동시에 읽고 있는데요, 같은 주거공간 속 다른 별나라에 살고있는 두 사람이 삶이 참 매력적이다 생각하지요. 그들의 신작 시집 속 시 역시 완연히 다른 부부의 색, 그런데 묘하게도 그 색이 어우러지는 범위가 점점 커져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답니다. 단지, 굳이 제 성질과 사유에 더 어울리는 시인을 선택하라면 장 시인에게 한 표를 던지네요.(아마도 제 나이와 더 근접해 있어서 그럴거예요^^) 하지만 박 시인의 산문집 역시 글쓰기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표본이 된다고 강추하는 책입니다. 금주부터는 문우들과 함께 공부하는 ’글쓰기 10주 과정‘이 시작되구요. 이번 과정에서 주 목표는 ’쓰기‘보다는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려 합니다. 첫 번째 강독할 수필집으로 피천득 시인과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추천했습니다. 왜 이분들의 작품이 수필의 모델로서 거론되는지 저도 역시 다시 배울 기회입니다. 문우들과의 문예공부과정... 종종 재밌는 에피소드 들려드릴께요. 장석주시인의 <봄>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 장석주     


속눈썹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햇빛들

말갛게 틘 하늘

산봉우리 위에 간신히 얹혀 있는 절 한 채

공중에 자맥질하는 새들

땅엔 죄 없다 죄 없다 우는 청개구리들

굴렁쇠처럼 하루 종일 굴러가다

문득 저 혼자 산너머로 떨어져버리는 해    

 

빈 수숫대 그림자 길게 늘어지고

초저녁 하늘에

봄풀마냥 와락 돋아나는 쬐끄만 별들

땅그늘 길게 늘인 마당을 향해 거위는 꺽꺽 울고

들녘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의 오랜 두런거림  

   

종일을 마루에 걸터앉은 할아버지는

심심한 줄도 모르고

혼자 연신 벌쭉벌쭉 웃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봄날 아침편지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