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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Apr 27.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9

2024.4.27 천양희 <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다>

내안의 깊은 슬픔과 부끄러움을 꺼내는 용기! 글쓰기의 힘이 바로 그곳에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기준으로 보자면 저는 아직도 병아리 중에 가장 못난이 병아리입니다. 저는 여전히 두렵고, 수치심을 느끼는 글을 표현할 수 있는 용기가 없거든요. 쓰고 나면 껍질이 너무 두꺼운 글이구나 하는 후회가 매번 일어나죠. 결코 작은 부끄럼이 아닙니다. 어제 한 문우의 글을 읽으면서 더더욱 이런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그녀의 나이 칠순. 젊은 시절 그 숱한 고생에는 차마 말할 수 없는 그녀만의 서러움과 고통이 있었겠지요. 간혹 고생했던 젊은 시절을 짧은 말로는 들었어도, 글로 표현한 적은 없었던 그녀의 마음. 저는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진정으로 그녀는 참 시인이 될 수 있겠구나.’ 글쓰기 수업한다고, 문장 몇개 맘에 걸린다고, 제 생각대로 지적한 것이 한심합니다. 이제부터는 그녀한테서 더 많이 배워야겠다 결론짓습니다. 다행히도, 제 주변에 글쓰기의 동력을 제공하는 분들이 계심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이 글을 받으시는 ‘그분들’께서는 제 마음의 소리를 듣고 계실 것입니다. 방금도 새벽 산책길 나서는데 좋은말씀 주시네요. "지나간 날 다 합쳐도 오늘 하루만 못하리라. 싱그러운 신록향기 흠뻑 맞길." 이라구요. 다시한번 고맙다는 말씀 전합니다. 오늘은 말랭이 올봄 첫 행사날입니다. 저야 3년 차 기존멤버라서 별 준비도 없이 손님을 맞겠지만, 새로 입주한 작가들은 부산히 준비하더군요. 지인들께서는 발걸음하셔서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제 천양희 시인의 시 몇편을 읽다가, 칠순의 문우가 생각나서 이 시를 골랐답니다. <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다> 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다 - 천양희    

 

마음 끝이 벼랑이거나

하루가 지루할 때마다

바람이라도 한바탕 쏟아지기를 바랄 때가 있다     


자기만의 지붕을 갖고 싶어서

우산을 만들었다는 사람을 떠올릴 때마다

후박잎을 우산처럼 쓰고 비바람 속을 걸어가던 네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별명이 '바람구두를 신은 사나이' 랭보를

생각할 때마다

바람은 그리워하는 마음들이 서로 부르며

손짓하는 것이라던

절절한 구절을 옮겨 적고 싶을 때가 있다    

 

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라고

다른 얼굴을 할 때마다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라던

죽은 시인의 시를 중얼거릴 때가 있다     


여러번 내가 나를 얻지 못해

바람을 맞을 때마다

바람 속에 얼굴을 묻고

오래 일어나지 못할 때가 있다    

 

이 세상 어디에

꽃처럼 피우는 바람이 있다면

바람에도 방향이 있고

그 속에도 뼈가 있다고 말할 것이다     


바람 소리든 울음 소리든

소리는 존재의 울림이니까

쌓아도 쌓아도 그 소리는

탑이 될 수 없으니까     


바람이여

우리가 함께 가벼워도 되겠습니까    

 

오늘 밤에도 산 위에 바람 부니

비 오겠습니다    

 

책방 앞 감나무를 정면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무성해지는 감나무를 외롭게 바라보는 빈집의 장독대... 사진이라도 담아주면 기뻐할까 싶어서 한장 찰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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