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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Apr 30.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12

2024.4.30 김소월 <개여울>

사월의 마지막 날을 바라보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군요. 우주가 펼친 유시무종(有時無終)한 장에서 인간 역시 그 모습을 따라가려고 ‘끝‘도 없이 날들이 계속된다면 어떻게 될까. 마디별로 숨을 쉬듯, 숨 고르기 하듯, 이렇게 매월 마지막 날을 만들어 놓은 인간의 지혜가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싶어요. 지난 사월의 봄바람 속에 펼쳐졌던 수 많은 이야기들을 오늘이라는 항아리 속에 잘 묻어놓으려 합니다. 좋은 일이든 슬픈 일이든 그 속에서 잘 숙성되어 언젠가는 유익한 발효제로서 제 삶의 좋은 양념으로 다시 태어날 걸 믿으면서요. 오늘은 글쓰기 수업도 있고, 오랜만에 만나고 싶은 지인들과의 점심약속도 있네요. 특히 지난주, 피천득 시인의 수필, 한 꼭지씩을 읽고 자신의 이야기로 글을 써서 내주세요 라는 과제가 있었는데요, 어젯밤 꼼꼼히 읽어보았죠. 그 중 피천득 시인의 글보다 더 눈물나게 쓴 글도 있었고, 불과 몇 번의 만남인데 글쓰기의 흐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글도 보여서, 저 역시 기분이 좋았습니다. 추상적이고 꾸미는 글보다, 제 삶에 녹아 들어있는 마음을 정갈하고 담백한 언어로 표현하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완두콩 꽃을 보면 완두콩 밥을 해주시던 엄마를 생각하고 눈물 짓는 글, 동전 한 잎을 보면 그 한 잎을 얻기 위해 청춘의 날들을 접어 살았던 고백의 글, 일상보던 길도 자신만의 산책길로 만들어가며 자연과의 교감을 불러일으키는 글... 좋으면 좋다고, 사랑하고 싶으면 사랑한다고, 미우면 밉다고, 슬프면 슬프다고, 감정의 고백에 솔직한 글이 좋은 글이지요. 사월을 접으면서 오늘은 더욱더 솔직한 하루가 되길 기도하는 시간입니다. 단, 그 솔직함 속에 자신이나 타인의 맘에 평화와 사랑의 물을 함께 건네시길 ~~~ 오늘은 김소월 시인의 <개여울>을 노래와 함께 들으며 사월을 멀리 보내드립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개여울 – 김소월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히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約束)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https://youtu.be/WrX5YFwn5us?si=BrrO9x01NK2aD6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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