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5.1 김영랑 <오월의 시>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무한 살 청신한 얼굴‘이 오월이라 한 피천득 시인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아마 작년 오늘에도 이 글을 인용했던 것 같아요. 사월은 어린아이 같은 풀잎이라 혹여나 생채기가 날까 두렵고, 유월은 부모 곁을 떠나겠다고 선포하는 이십대 중반을 넘어서는 청년풀잎이라 대견하지요. 어제도 푸른잎이 무성한 가로수를 보면서 찬물로 세수한 스무 한 살의 얼굴이 생각났답니다.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 남아있어 기쁜, 이제 갓 청년이 된 자녀를 둔 사람이라면 오월의 인용구가 조금은 더 가까이 다가올거예요. ’오월에는 무엇을 더 해줄까요?‘라는 마음에 방점을 찍으니, 해주고 싶은 일이 갑자기 늘어나네요.~~ 특히 저는 학원을 운영하니,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포함해서, 엄마와 형제자매들, 책방을 찾는 손님들, 가까이 멀리 계시는 지인들에 이르기까지... ’제일 깊은 마음을 전해줘야지‘라고 생각이 드는 새벽입니다. 마음과 함께 하다못해 앵두와 어린 딸기도 맛 보여드려야지. 붉은 모란 꽃잎 한 장 떼서 그 마음을 붉게 설레도록 해야지. 느티나무 신록 아래서 잔풀까지 헤적이는 푸른 바람도 모아서 시 한 수 읽어드려야지... 정말 해주고 싶은 일이 엄청 많아 지는군요. 하하하~~ 돈도 들지 않고 오히려 돈이 굴러 들어오는 일들인 것 같아서 제 마음이 쿵쿵거립니다. 오월 첫날, ’노동자의 날‘에 왜 학원은 안 쉬어요? 라는 학생의 질문에, ’너희들을 만나는 게 더 기쁘니까‘로 대신했더니, ’피시... 아 네... 맞아요‘라며 웃었던 학생들을 오늘도 만나겠지요. 수업 전에 꼭 오월에 대한 시 한편씩 읽어주어야 겠습니다. 당신께서도 오월 시 몇편 검색하셔서 소리내어 한번 읽어보시고 시낭독도 나눠보세요. 신기한 일이 생길거예요. 오늘은 김영랑 시인의 <오월의 시>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오월의 시 – 김영랑
나는 풀로 너는 꽃으로
사랑의 마음으로 피어나는 오월
당신이 잘 보이는 곳에 앉아
하늘이 언어를 쓰게 하십시오.
나무처럼 우리 가슴도
초록의 싱싱한 순수 담게 하십시오.
탐스런 목련이 되게 하십시오.
꽃씨로 심겨진 씨알들의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는 오월
소리없이 떠다니는 구름의 모습으로
당신과의 조화가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당신을 향해 깨어있는 순백의 믿음과
고난을 이겨내려는 성실의 소망이
우리 가슴에 핏줄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삶의 숨결로 생명에 용기 더하는 오월
이기와 욕심으로
감겨진 눈을 뜨게 하십시오.
눈떠서 햇살 보게 하십시오.
구석구석 어둠을 털어 내는
빛의 자녀답게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