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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May 02.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14

2024.5.2 김남조 <오월연가>

오월 첫날, 당신의 자리 안에 당신께서 주인이 되었을까요. 저는 어땠냐고요? 흐음, 당연히 주인으로 살았지요. 세상만사가 다 제 뜻대로 안된다 해도, 제 마음만큼은 제 뜻대로 할수 있으니까요. 어제 영어강독 시간에 이런 해석을 할 일이 있었지요. ’인간이 종교 영역에만 머물면서 수동적인 사유를 하다가 드디어 자신의 의지(Will)하나로 일어난 엄청난 변혁이 바로 철학이다.‘ 학생들은 ’아이고 어려워‘라는 표정이었지만, 철학이라는 말을 학문의 용어로 보면 어려울 수 있지만, 지금 보이는 학생 개개인의 고유개별성으로 보면 얼마나 신묘하고 쉬운지를 설명해주었죠. -철학자 ‘Philosopher’는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니, 지금 영어를 쉽게 전달해주는 나의 지혜를 사랑하는 저의들이 바로 철학자야- 라는 나의 엉뚱한 발언에  우리 학생들은 기가 막힌지 허허허~~ 했답니다. 영어라는 기호를 한글로 바꾸며 학생들과 이런저런 삶의 형태와 기능을 나누는 대화는 정말 재밌습니다. 어제 하루도 아침부터 많은 철학자들과 대화했습니다. 아침부터 텃밭에 싹을 내민 감자 철학자들부터 밤늦게 동양고전을 읽으며 만난 동양철학자에 이르기까지요. 오월 첫날 밤, 가만히 하루를 되돌아보니, 참 잘 살았다 라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잠이 들었네요. 오늘은 옥수수, 가지모종 몇 개 심으려 합니다. 텃밭농사 7년째 인데요. 땅의 크기를 확 줄이니, 오히려 맘의 크기가 두배로 늘어나더군요. 아마도 심리적 부담이 사라졌기 때문일거예요. 작년만 해도 감자수확 20박스 이상을 계산했을 만큼 감자씨 심은 땅이 제법 컸었죠. 올해는 최대 2박스 나오면 정말 좋겠다... 생각하지요^^. 무엇이든 자신의 그릇을 억지로 늘리려는 강압은 결국 헛되고 삿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올해 텃밭을 가꾸는 저의 손길이 늘 웃을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어제 노동자의 날이라 휴식을 취한 분들이 많으실거예요. 어서어서 당신의 두 팔 안에 숨어있는 날개가 퍼득거릴 수 있도록 신호를 주세요. 오늘은 김남조 시인의 <오월연가>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오월연가 – 김남조     


눈길 주는 곳 모두 윤이 흐르고

여른여른 햇무리 같은 빛이 이는 건

그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버려진 듯 홀로인 창가에서

얼굴을 싸안고 눈물을 견디는 마음은 

그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발돋움하며 자라온 나무들

초록빛 속속들이 찾아든 오월  

   

바람은 바람을 손짓해 바람끼리 모여 사는

바람들의 이웃처럼

홀로인 마음 외로움일래 부르고   

  

이에 대답하며 나섰거든

뜨거운 가슴들을 풀거라.     


외딴 곳 짙은 물빛이어도 

보이지 않는 밤의 강물처럼 

감청의 물이랑을 추스르며 

넓디넓게 불타고 있음은     


내가 사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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