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를 차용하여 ’지지 않고 다시 태어나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바로 일 년 전만 해도 사월의 꽃봄 보다는 오월의 늦봄이 좋더니만, 어찌 올해는 자꾸만 지나버린 사월을 그리워하네요. 나이가 들수록 하루 한순간의 뒷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이 길어진다 하더니만, 저도 딱 그런가 봅니다. 나무들마다 초록이 무성해져서 건강한 청소년들처럼 우람해지기 시작했는데요, 동시에 그 아래에서 지고 있는 꽃잎들에게 눈길이 더 갑니다. 그래서 화려한 개화의 모습이 아니라, 누렇게 져버린, 구부러진 꽃잎 몇 송이를 모아서 사진으로 위로했습니다. ’나 라도 너를 기억하겠노라’하고 속삭이면서요. 반면에 가을 풍경처럼 노랗게 익어서 아름다운 작물도 있지요. 푸른 청보리는 온데 간데 없고, 익을대로 익은 황금보리를 어제도 들판에서 머무는 바람과 함께 사진에 담았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보리 지평선만 보아도 그냥 맘이 달래지더군요. 사실 어제 조금 화나는 일이 있었는데, 오는 길에 이 보리밭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남은 하루의 시간이 얼마나 허탈했을까 싶었지요. 다행히도 금새 마음이 풀어져서 저녁에는 지인들과 재밌게 놀았답니다. 휴일 후, 스트레스가 쌓일 수 있는 월요일이죠. 혹시 오늘 화나는 일이 생긴다면 심호흡 한번 길게 하고 가까이 있는 초록 산길이나 누런 보리밭으로 달려가세요. 당신 마음에 시원한 폭포수 길이 생겨나서 행복비타민이 가득 담긴 폭포 웅덩이가 금방 보일거예요. 오늘은 류근시인의 <두물머리 보리밭 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