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하면 읽었던 이야기 중에, 조선말 ‘차의 성인, 다성’으로 불리었던 대흥사의 초의선사가 생각납니다. 직접 녹차를 만들어 유배갔던 추사 김정희와 다산 정약용과도 오랫동안 차를 나누었다는 기록이 있더군요. 특히 초의선사와 김정희의 우정은 유명한데요, 추사의 작품 중 차(茶, Tea)와 스님을 뜻하는 '명선(茗禪)'이란 작품은 ‘차를 마시는 선승, 초의선사’를 뜻한다고 하네요.
아침부터 커피 대신 차(茶)를 말하는 이유가 있지요. 어젠 평일인데도 하동의 차 밭을 다녀왔어요. 우리나라에서 차 밭하면 보성녹차밭이 대표적이지만, 하동녹차밭도 아주 유명한 곳이랍니다. 처음으로 차밭에서 차잎도 따보고(차나무 순과 이파리, 각각 1개씩을 1창 1기 라고 함), 9번까지는 아니라도 덖고 말리는 과정을 4-5번하면서 싱그럽고 고소한 녹차를 만들어왔습니다. 보통 차나무로 만들어내는 차의 종류는 6가지(녹차, 홍차, 흑차, 백차, 황차, 청차)로 나뉘는데요, 찻잎의 형태, 산지, 품종, 채적시기, 건조방법, 가공방법 등의 여러 가지 기준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공방법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녹차만들기 체험과정 3단계, ‘살청’ ‘유념’ ‘건조’를 직접 해보니, 녹차 한잔 마시는데, 이 또한 정성과 기다림의 과정이 보통이상이구나 싶었네요. 차나무의 잎이 자라서 우리가 마실 수 있는 형태로까지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과, 잎차를 만드는 사람들의 노고를 일부라도 온전히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보통 선물로 받았던 우전(곡우 이전에 딴 잎으로 만든 녹차)과 세작의 향기도 좋지만 직접 만들었던 녹차 향과 맛이 은은히 풍겨오는 아침입니다. 매우 소중한 체험시간이었네요. 오늘은 화요일이라 문우들과 미팅이 있는데, 다행히 조금이라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차와 이야기로 자랑(수다)할 수 있어서 벌써부터 기분 좋아집니다. 매일 과다음용하는 커피를 조금 줄여서 당분간 녹차를 마시는 습관으로 바꿔볼까 합니다. 오늘은 몸에 좋은 차 한잔을 노래한 옛 선사들의 시 한 수 들어보시게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