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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May 22.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34

2024.5.22 김남조 <그림엽서>

“<낯선 곳으로>라는 시가 있어요. 떠나고 싶은 마음을 허락하세요.” 저의 이 말은 ‘라오스에서 한 달 살기’에 아내가 동의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지인과 같이 밥을 먹으며, 그의 해맑은 미소를 보았지요. ‘아! 얼마나 좋길래. 아! 나도 떠나고 싶다.’라고 생각했네요. 남편의 후배인 그가 드디어 떠나나 봅니다. 떠나는 길, 다시 돌아온 길 모두, 맛난 밥한끼 꼭 같이 먹으라고 남편에게 말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언제나 처음처럼, 언제나 마지막처럼, 그런 맘으로 누군가를 만나면, 얼마나 새롭고 얼마나 그리운지 당신께서도 알고 계시겠지요. 

문우들(저보다 인생 선배님들)께서도 ‘제주도 한달살기’를 계획하신다네요. 가신다면, 저도 역시 기꺼이 그곳에서 주1회, 글쓰기 수업을 할 수 있다, 얘기했어요. 아마도 염불보다는 잿밥을 먹고 싶어서 그런 듯...^^ 어젯밤에는 괜히 여행사 이곳저곳을 검색하고 돌아다니며, 혹시나 하고 가까운 곳으로의 여행 예약 창을 두드렸는데, 모두 단단히 닫혀있더군요. 사람들이 정말 많이도 여행가는구나, 싶었습니다. 누구나 잘살기를 원하지요. 여행도 현재를 잘살기 위한 유용한 도구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다고 생각해요. 여행을 다녀온 이들의 체험과 대화를 통해서, 또 그들의 마음을 쓴 책을 읽으며 미지의 여행을 선택하구요. 이 세상 사람 없는 곳이 없으니 누군가를 만나며 사는 것이 다 여행인 게지요. 어제는 제가 만들어온 녹차를 마시느라, 커피를 한 잔도 마시지 않았던 하루였음을 밤이 되어 알았습니다. 무엇이든 과용하면 탈이라지만, 어쨌든 졸지 않고 일을 할 수 있게 녹차가 도와준 셈이네요. ‘은미(隱微)한 풀’ 포기가 만들어 낸 ‘차(茶)의 향기’를 담고 오늘도 맑은 정신으로 살아볼랍니다. 책 속으로의 여행길에서 저도 이 시인처럼 그림엽서 꺼내 들고 별달리 이름 환한 사람하나 생각하면서요. 김남조시인의 <그림엽서>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그림엽서 – 김남조     


여행지 상점가에서

그림엽서 몇 장 고를 때면

별달리 이름 환한

사람 하나 있어야겠다고

각별히 절감한다    

 

이국의 우표 붙여

편지부터 띄우고

그를 위해 선물을 마련할 것을     


이 지방 순모 실로 짠

쉐타 하나, 목도리 하나,

수려한 강산이 순식간에 다가설

망원경 하나,

유년의 감격 하모니카 하나,

일 년 동안 품 안에 지닐

새해 수첩 하나,

특별한 꽃의 꽃씨, 잔디씨,

여수 서린 해풍 한 주름도 넣어

소포를 꾸릴 텐데     


여행지에서

그림엽서 몇 장 고를 때면

불 켠 듯 환한 이름 하나의 축복이

모든 이 그 삶에 있어야 함을

천둥 울려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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