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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May 25.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37

2024.5.25 천양희 <나는 기쁘다>


말랭이마을 5월 잔칫날, 봄날에서는 두 가지 행사를 하지요. 하나는 ’시화캔버스 작품 만들기‘(미술작가와 함께), 또 하나는 ’지역의 신인작가 출간회’가 있어요. 올해 제가 말랭이마을 입주할 때, ‘출판업‘분야를 추가했기에 최소 1편 이상의 출판작품을 선보이기도 해야 하죠. 첫 작품은 지역에서 영어교육 지도자로서 30년, 또 공적인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작가입니다.     

 

혹자는 말하지요. ’세상이 글이 넘쳐난다고.‘ ’아무나 글 써서 책 내고, 작가라고 말하고 다닌다고.‘ 그래요...... 저도 그렇게 말한 적 많아요. 그런데요, 제가 책 만드는 일을 하다보니 생각이 달라져요. 누구보다 작가의 글을 여러번 읽는 입장에 처해지니, 작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게 되거든요. 저절로 공감되고, 제 살 같은 애정이 붙거든요. 그래서 말하고 싶어요. ’글이 넘쳐나도 읽는 사람만 읽고요, 아무나 글 써서 책 내는 건 아니더라고. 해보지 않은 사람은 말할 자격에 두려움과 망설임표를 넣어야 한다고.‘     


오늘의 작가 역시 일년 전 어느날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면서, 책 준비를 했어요. 인생에서 은퇴이후 쯤의 시간이 찾아오면 많은 분들의 생각 중 하나가 ’자기를 기록으로 남겨 놓는 일‘인 것 같아요. 저도 그랬고요, 저를 만나기 전부터 써 왔던 글을 잘 마무리하여, 책으로서 이제 세상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신인작가님!

     

아름다운 오월에, 작가님의 필명 역시 May(오월)! 첫 책을 내는 사람의 마음은 오로지 ’두려움과 떨림’ 뿐이예요. 특히 출간회를 할 때는 스스로 대견하다 느끼면서도 더욱더 긴장하고, 애가 닳지요. 출판사로서 저의 첫 조건은 ‘출간회는 꼭 한다. 남들이 알아주든지 말든지, 자신의 책에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 축하할 줄 알아야 작가다. 출판사들이 다 이런 행사 해주는 거 아닐거다. 유명해진 작가만 출간회 하는거 아니다. 무명이 책을 내어 자신을 세상으로 드러내는 일이 유명해지는 거다. 최소 봄날의 모니카는 첫 책을 내는 작가의 마음에 꽃 한송이 심어주고 싶다...’ 등의 말로 유혹하여 행사를 합니다.     


오월 출간하는 에세이집과 시집으로 두 번의 행사가 있구요, 오늘은 정미란 신인작가의 출간회입니다. 혹시나 가까이 계시면 떡 드시러 오세요. 특별히 게스트로 오시는 ‘테너’의 노래와 낭송가의 시 낭송 등도 있구요, 작가와의 대화에서 퀴즈에 답하시면 제가 좋아하는 시집도 선물 드립니다. 천양희 시인의 <나는 기쁘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나는 기쁘다 – 천양희     


바람결에 잎새들이 물결 일으킬 때

바닥이 안 보이는 곳에서 신비의 깊이를 느꼈을 때

혼자 식물처럼 잃어버린 것과 함께 있을 때

사는 것에 길들여지지 않을 때

욕심을 적게 해서 마음을 기를 때

슬픔을 침묵으로 표현할 때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으므로 자유로울 때

어려운 문제의 답이 눈에 들어올 때

무언가 잊음으로써 단념이 완성될 때

벽보다 문이 좋아질 때

평범한 일상 속에 진실이 있을 때

하늘이 멀리 있다고 잊지 않을 때

책을 펼쳐서 얼굴을 덮고 누울 때

나는 기쁘고    

 

막차 기다리듯 시 한 편 기다릴 때

세상에서 가장 죄 없는 일이 시 쓰는 일일 때

나는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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