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평온하신가요. 오늘 새벽은 한참을 눈만 뜨고 누워있었네요. 어제의 일들이 주마등같이 흘러가더군요. 어느새 어제가 오늘 속에 내려앉아,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느낍니다. 아시다시피 어젠 제 출판사 이름으로 올해 첫 작품을 위한 출간회가 있었는데요, 행사 전에는 매우 간소하게 할거라고, 여러번 작가에게 말했지요. 그런데 막상, 작가의 지인들께서 발벗고 나서서 행사장을 꾸며주시고, 손님맞이 좌판을 열어주시고, 배려심 깊고 만능 달란트를 지닌 테너 이진배님의 노래와, 많은 축하객들의 축하인사를 받는 작가를 보니, 제 맘이 얼마나 흡족하던지요. 특히나 작가의 남편께서 나태주 시인의 <풀꽃>으로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백수(白壽)를 앞둔 노신사, 친정아버님께서 딸 자랑과 축하객들을 향한 고마움을 전할 때는 정말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나도 아버지의 축하를 받고 싶다.’라는 애기 같은 마음이 들기도 했으니까요. 출간회를 보니 작가가 살아온 삶의 모습이 더욱더 분명히 보였습니다. 모쪼록 지금처럼 변함없이 책과 글을 삼시 세끼 밥 먹듯이 하시길 기도하며, 다시 한번 고생하셨다고 위로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저는 고등부 수업도 해야 하고, 책방손님들과도 약속이 있네요. 행사하느라 고생했다고 맛난 저녁밥을 사주신 선배님들과 저녁화담을 나누고, 몸에 좋은 오디열매도 선물받아 돌아오는 길에 밤하늘을 바라보니, 어느새 보름달이 야위었 더군요. 밤이 없으면 낮의 밝음을 기뻐할 수 없는 것처럼 보름달이 수척해져도 이는 또 새로운 어린 초승달의 미소를 만날 수 있음이니 이 또한 즐거운 삶 아니겠는가 하며, 혼자 중얼거렸네요. 오늘은 분명 어제가 아니지만 어제가 낳은 결실, 한 자락도 놓치지 않고 맛있는 시간으로 만들어볼까 합니다.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라고 테너께서 부른 노랫말이 떠오르네요. 오늘의 시간 역시 분명 당신께 행복을 주는 귀중한 인생사전이 될 것입니다. 이기철 시인의 <인생사전>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