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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May 27. 2024

당신봄날아침편지39

2024.5.27 한용운 <해당화>

‘다시 한번 오월을 맞는다면 그때에는...’이라는 물음표 하나는 던져봅니다. 저도 나름, 참 열심히 살고 있는데, 그럴수록 시간이란 존재는 더 매정한듯 싶어요. 하여튼 제게 다시 오월이 온다면 그때에는... 저는 정말로 한 가지만 가지고 여행갈거예요. 핸드폰이든, 노트북이든! 오로지 사진 찍고 기록하는 일만 하려구요. 아마도 금주간 해야 할 일을 일정표에서 보고나니 괜시리 맘이 무거워져요. 신 새벽부터 1년 뒤 오월에 떠나고 싶다는 투정을 미리 부리고 있으니^^ 

딸이 보내온 터키여행 사진을 보면서 아마도 샘이 났는지, 밤새 뒤척이며 저의 무력했던 청춘을 불러오기도 했죠. 그때는 왜 그렇게 두려움이 많았었는지. 그래서 제 아들딸에게 부단히 말하나 봅니다. ‘떠나라. 네 젊음을 주저 앉히지 말라.’ 다행히도 두 아이는 저보다 용감한 듯해서 부럽고 대견하기도 하고요. 


어제는 비가 오기 전까지, 책방지기 역할을 잘했지요. 저를 알고 찾아온 여성분들의 맛있는 수다 속, 책도 무려 10권이나 팔았답니다. 정말 엄청난 일이 일어난거죠~~. 그분들께서 돌아가신 후 바로 문을 닫고(원래는 5시까지~) 솔밭으로 갔어요. 혹시나 사진 찍을 풍경이 있을까 하고요. 장항의 보랏빛 맥문동은 조금 이르고, 소나무와 바닷가를 찍어볼까 했어요. 군데군데 놓여 있는 정자에 앉으니, 벗들과 함께 우쿨렐레를 켜며 도시락을 먹던 때가 밀물처럼 들어오고. 그 벗들은 여전히 잘 지내겠지만, 그때 그 시절은 다시 오기 어렵겠지요. 바닷가로 내려가서 만난 붉은 해당화무리로 이내 맘이 환히 밝아졌답니다. 해당화에 대한 설화는 많으나 그중 하나, 중국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 이야기. 술 취한 양귀비가 비틀거리며, ‘해당의 잠이 덜 깨어 비틀거린다’고 했다네요. 그 뒤로 양귀비를 해당화라 불렀다니, 사랑에 눈이 멀면 답이 없어요.^^ 유독 가시와 융모가 많아 만지기 어렵지만 향기만은 으뜸인 장미과식물, 비를 몰고 오는 회색파도에 붉은 미소 하나로 제압하는 해당화의 기개를 한 장 찍었습니다. 한용운 시인의 <해당화>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해당화 한용운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합니다.  

   

철모르는 아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들은 체 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이고,

"너는 언제 피었니"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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