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5.28 강리원 <사과나무꽃 향기를 보다>외
아침편지를 쓸 때마다 배경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켜는데요, 지금은 피아노를 처음 배우는 어린아이들이 연주하는 바이엘, 체르니 악보 속에 있는 듯한 발랄한 장조의 콩나물들이 신나게 춤을 춥니다. 제 맘도 덩달아 신나고 편지 쓰는 손가락도 차르르르 자판 위에서 구르는 듯하네요. 왠지 좋은 일이 있으려나~~~ 생각하니 정말 좋은 있긴 하군요.
오늘은 봄날의 산책 출판사에서 선보이는 오월의 두 번째 작품이 있어서 지인들을 초대하는데요. 이번에는 등단 20년 만에 첫 시집을 내신 시인 강리원 님의 <사과나무꽃 향기를 보다>입니다. ‘봄날시선집’이구요, 지금까지 3번째 시집에 속합니다. 강시인의 경력에는 ‘하이쿠시인‘이름이 있는데요, 시집에도 ’하이분‘과 ’하이쿠‘ 라는 이름의 시 양식 30편을 포함해서 총 95편의 시가 들어있습니다. 편집을 하면서 처음 ’하이분‘이란 용어도 배웠답니다. 출판사로서 저와의 약속을 지킨다고, 무조건 출간회 하겠다고 하니, 부끄럼 많은 시인이 곤혹해하셔서 당신께서 알고 계시는 지인 몇 분만 초대해요. 작가에게는 오늘이 칠순 첫날, 특별한 의미를 지닌 시집이겠지요. 누군가의 작품을 만드는 일은 제가 글쓰는 일에 못지않은 매력적인 일이어서,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이 시집을 만드는데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아쉬운 것은 작가와의 내밀한 교류의 시간이 짧다는 점이더군요. 그 시간이 길면 더 재밌게 출간회를 진행할텐데.. 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하여튼 강리원 시인의 첫 시집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늘은 정말 꽉 찬 일정표, 글쓰기 수업, 출간회, 세금신고, 수업에 까지... 하지만 매일 벅찬 일정을 염려하고 격려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오히려 더 무엇이든 신나게 할 준비를 하지요.~~ 강리원 시인의 시 <사과나무꽃 향기를 보다>외 몇 편을 들려드립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사과나무꽃 향기를 보다 - 강리원
빛깔 다른 이야기꽃
자분자분 피어나는 창가에
봄볕도 나란히 앉네
함박 터진 웃음
유리창 넘어
초록 잎에 꽃물 들이고
하늘까지 뻗은
꽃 빛, 눈부셔
비켜 앉은 그림자
나지막한 창문 기웃대네
한 뼘 유리 벽 아래 핀 사과나무꽃
그 향기, 못내 궁금하네
나의 시 – 강리원
이따금 찾아오는
견고한 자세의 자음과 모음
고급 철자들 난무하는
틈 비집고
단순하게 더 단순하게 내려앉는다
사방은 고요하고
홀로 깨어
우는 가슴 뜨겁다
하이분(제1장 1편) - 강리원
나물 캐면서
어쩐지 마음 가는
풀꽃만 보네
꽃샘추위에 찬바람이 제법 살갗을 파고드는 이른 봄날입니다. 햇빛이 좋아서 저녁 국거리로 나물 몇가지 캐볼 냥 바구니 들고 들판에 앉았는데 나물은 보이지 않고 이름 모를 풀꽃만 애잔히 피어 있습니다. 그 모습 한참 바라보다 멀리 있는 딸아이 생각에 그만 눈시울 붉히고 말았네요. 덕분에 오늘 저녁은 집에서 기른 콩나물로 말갛게 끓인 콩나물국이 되었습니다
하이쿠 (제2장 1편) - 강리원
자식도 늙어
거울 속 제 모습에
날 그리겠지
싸리꽃 핀 길 / 다시 돌아 나오네 / 해 질 녘 텃밭
아련하여라
그리워 귀 기울이는
엄마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