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이 왔군요. 기분좋게 주말의 얼굴로 첫날을 밝혀주니, 얼마나 좋은지요. 왠지 어제까지의 무겁던 몸무게가 어디론가 사라진 듯한 느낌으로 새벽을 맞습니다. 아마도 밤새 좋은 꿈을 꾸었나봐요. 사실 불과 다섯시간 전을 어제라고 부르기에는 낯설은 연속된 시간. 줌 시낭독이 무려 다섯시간이나 진행되었거든요.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은 집안에서 낭독하는 모습이었는데, 저는 사무실에서 밤 12시 땡을 듣고 퇴근했으니... 그래도 돌아오는 발걸음은 정말 가벼웠습니다. 박지웅시인의 시집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에 있는 70여편의 시를 낭독하는 사람들과 시인과의 대화를 통한 교감, 5시간. 도대체 시가 무엇이길래, 이 정성을 쏟는가!!
시인은 말하더군요. ”시는 국어가 아닙니다. 언어의 모습일지라도 시는 비언어를 갖춘 오브제라구요. 음악을 듣고 미술작품을 보듯이 해독하려 하지 말고 그 자체로 받아들이면 된다구요.“ 사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는 전체적으로 시인의 시가 난해했습니다. 이전에 읽었던 산문집을 정말 편하고 부드럽게 읽었었는데 시는 달랐어요. 특히 자주 나온 시어 ’손‘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된 상태로 시인을 만났죠. 시인의 설명 한 줄에 저의 답답함은 일시에 해소되었답니다. 그래서 시 읽기, 초보자인 저는 시인과의 만남과 대화가 중요한 도구라고 느낀답니다. 정말 시인다운 시인 만나서 다섯시간 부동자세가 하나도 힘들지 않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은 저랑 공부하는 문우들과 말랭이책방 뒤 정자에서 유월 첫날의 푸르름을 안아보는 날. 문우들이 정자 위에 저녁만찬을 준비하고, 저는 어떤 시어를 낚을 낚시줄을 던져볼까 궁리하고요. 둥그렇게 앉아, 30cm 거리 내에서 서로의 맘을 나누는 시간을 그려봅니다. 이 시인의 에세이 한 구절에 쓰인 말, ’산책은 산 책이다‘ 다시말해, ’산책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책이다’라고 했지요. 유월의 첫날, 당신의 손 위에 날아들 나비 한 마리를 꿈꾸며, 산책 하시길... 박지웅시인의 <30cm>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