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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Jun 03.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46

2024.6.3 이성복 <서해>

일요일 오후 벗과 장항갯벌 솔밭사이를 거닐며, 솔방울 나 뒹구는 소나무 밭을 초록바람으로 벗하고 있는 맥문동 줄기들을 보았습니다. 갯냄새 가득한 바람이 김수영 시인의 <풀>을 들려주길래, 얼른 마음을 열어 합창하며 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갯벌에 그려진 바다지도도 담고, 사위어가는 저녁 햇살과 놀고 있는 사람들의 뒷태도 담았습니다. 참 평화롭고 향기로웠습니다. 좋은사람과 멋진풍경을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일처럼 행복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요. 언젠가 다가올 수 있는 스트레스가 무서워서 다 도망갔으니, 아마도 6월 얼굴은 주름살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6월 이틀 사이, 메일에 올라온 누군가의 시와 산문 몇 편을 읽어보았습니다. 어느새, 제가 작가의 의뢰를 받고 출판이 가능한지를 살펴보는 입장이 되었네요. 참으로 신기합니다. 세상살이라는 것이요.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옳은 것인지를 알 수 없으나, 끊임없이 옳다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반복연습 하다보면 제 길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제가 종종 읽는 고전 <중용(中庸) 20장 18절>의 말을 덧붙여 저의 자세를 말씀드리자면...    

  

有弗學 學之 弗能 弗措也(유불학 학지 불능 불조야)

배우지 않으면 몰라도 배울 바엔 능숙해지지 않고는 그만두지 않으며,

有弗問 問之 弗知 弗措也(유불문 문지 불지 불조야)

묻지 않으면 몰라도 물을 바엔 알지 않고는 그만두지 않으며,

有弗思 思之 弗得 弗措也(유불사 사지 불득 불조야)

생각하지 않으면 몰라도 생각을 할 바엔 깨닫지 않고는 그만두지 않으며,

有弗辨 辨之 弗明 弗措也(유불변 변지 불명 불조야)

분별하지 않으면 몰라도 분별할 바엔 명확하지 않고는 그만두지 않으며,

有弗行 行之 弗篤 弗措也(유불행 행지 불독 불조야)

행하지 않으면 몰라도 행할 바엔 독실해지지 않고는 그만두지 않아야 한다.

人一能之 己百之(인일능지 기백지)

남이 한 번에 능숙하게 하면 나는 백 번이라도 해보고,

人十能之 己千之(인십능지 기천지)

남이 열 번에 능숙하게 하면 나는 천 번이라도 해본다.    

 

그래요... 1인 출판사로서 이제 만 2년, 겉보기에 지인들의 도움으로 책 몇권 출간했지만, 정식으로 己百之 己千之의 자세로 경험을 쌓다보면 또 다른 저의 재능을 만나겠지요.

이성복시인의 <서해>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서해 - 이성복       


아직 서해엔 가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거기 계실지 모르겠기에     


그곳 바다인들 여느 바다와 다를까요

검은 개펄에 작은 게들이 구멍 속을 들락거리고

언제나 바다는 멀리서 진펄에 몸을 뒤척이겠지요     


당신이 계실 자리를 위해

가보지 않은 곳을 남겨두어야 할까 봅니다

내 다 가보면 당신 계실 곳이 남지 않을 것이기에     


내 가보지 않은 한쪽 바다는

늘 마음속에서나 파도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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