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6.11 정지용 <조찬(朝餐)>
’정지용 만나러 가는 길‘, 오늘 제가 다녀올 길의 이름입니다. 함께 글공부하는 벗님들과 문학기행인물 선택한 정지용시인. 충북 옥천면에 ’정지용문학관과 생가‘가 있습니다. 군산시의 협조를 받아 공부하는 ’동네문화카페’의 글쓰기 지도를 한 지 어느덧 1년여가 되어 가네요. 매 학기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마다, 꼭 염두에 두는 주제는 ‘여행과 글’입니다. 물리적 환경으로 세상 길을 모두 갈 수 없으니, 대신하여 책 길과 사람 길을 선택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자주 여행길에 나서서 몸으로 체험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글감이라고 말씀드리죠.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 했으니, 오늘도 좋은 스승들과 함께 여행을 하는 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방문인데요, 처음과는 다르게 다른 시선으로 보고 싶어서 2일동안 <정지용 만나러 가는 길>이라는 산문집을 읽어보았지요. 옥천의 향토사학자 김묘순씨의 책인데요, 정지용시인 생전에 다녔던 길을 다니며 자신의 기행문으로 쓴 책이더군요. 알지 못했던, 또 알아서 신기했던 다양한 얘기들이 써 있어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왜 정지용시인을 현대시의 개척자라고 하는지, 현대시의 본류라고 하는지 이해되었구요.
더불어 또 생각해보았습니다. 자진납북이라는 오명을 벗고 해금되어 다시 시인의 삶이 재조명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헌신이 있었는지도 알았는데요, 우리 군산에도 역사적으로 문학적으로 재조명되어야 할 백릉 채만식 선생이나, 최근 고은시인이 있습니다. 평가의 기준이 절대적이지 않으니, 저 같은 시민의 항변은 미미하겠지만, 어쨌든 정지용시인의 현재 평가에 이르기까지의 길을 따라가다 보니 우리 군산 시민들도 할 일이 참 많구나 라고 느꼈답니다. 부지런히 서둘러서 즐거운 여행하고 돌아오렵니다. 정지용 시인의 대표적인 시 <향수>나 <호수>는 많이 알고 계시니 덜 알려진 시 <조찬(朝餐)>을 들려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조찬(朝餐) - 정지용
해ㅅ살 피어
이윽한 후,
머흘머흘
골을 옴기는 구름.
길경(桔梗) 꽃봉오리
흔들려 씻기우고,
차돌부리
촉 촉 죽순(竹筍) 돋듯.
물소리에
이가 서리다.
앉음새 갈히여
양지 쪽에 쪼그리고,
서러운 새 되어
흰 밥알을 쫏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