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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Jun 12.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55

2024.6.12 정지용 <그의 반>


“지치지도 않니?”라고 물으니, 제 속에 있는 또 다른 제가 웃네요. 어제도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움직였는데도 다시 눈이 떠져서 그냥 물어본 거예요.~~ 정지용 문학관과 생가, 그리고 주변의 방문할 만한 곳을 두루두루 다니면서 한나절을 즐겁게 보냈습니다. 그러고보니, 요 며칠 충청도 지역의 여름을 만끽하고 다녔네요. 만나는 사람들도 모두 친절하고, 지역의 특색을 잘 살려서 관광객의 발길을 잡을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곳 이었습니다. 글공부에 끝이 없으니, 욕심을 부릴 일은 결코 아니지만, 작가의 작품을 읽고 문학관을 가보면 훨씬 더 글공부에 동기유발이 생기지요. 문우께서 물으시길, ‘왜 글을 쓰세요?’라는 질문에 자신있게, 정확하게 대답하기는 망설여지지만, 이런 체험을 하면 왠지 글쓰는 이유에 더 당당하게 대답할 것 같은 오묘한 감정이 일기도 하지요.      


퇴근 전 뜬끔없이 영화한편 보자는 아들의 요청에 늦은 밤을 또 할애했는데요. ‘The Zone of Interest’ - 독일 2차 대전, 유대인 학살의 현장 아우츠비츠 수용소를 뜻하는 영화였습니다. 세기의 유래없는 인간의 잔혹성을 보여준 히틀러의 광기를 이토록 평범하고 일상적인 생활의 모습으로 영화화 한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그래서 상영시간 내내 저를 긴장감으로 움츠리게 했는지도 모릅니다. 수용소 담 벼락하나를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삶과 죽음의 일상화. 유태인 학살 장면이나, 피 한방울이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지만 폴란드계 유태인들 수십만명이 죽어갑니다. 그 죽음이 재가 되어 독일장교가족이 누리는 평화와 행복... 밤이 늦어서 그랬는지 관중이 서너팀밖에 없었는데요, 철학적인 사유가 절로 일어나는 영화였습니다.      


음악속에 나오는 새들의 소리보다, 더 낭랑한 새들의 소리가 월명공원을 넘어 마을을 채우는 듯 하네요. 정지용시인의 시 몇 편 더 읽어보고, 어제 들은 설명 중 <그의 반>이라는 시가 보여서 들려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그의 반 – 정지용     


내 무엇이라 이름하리 그를?

나의 영혼 안의 고운 불,

공손한 이마에 비추는 달,

나의 눈보다 값진 이,

바다에서 솟아올라 나래 떠는 금성(金星),

쪽빛 하늘에 흰 꽃을 달은 고산 식물,     


나의 가지에 머물지 않고

나의 나라에서도 멀다.

홀로 어여삐 스스로 한가로워 ― 항상 머언 이,

나는 사랑을 모르노라 오로지 수그릴 뿐.

때 없이 가슴에 두 손이 여미어지며

굽이굽이 돌아 나간 시름의 황혼 길 위 ―

나― 바다 이편에 남긴

그의 반임을 고이 지니고 걷노라.     

정지용생가터에 보리수열매가 가득... 시인의 허락없이 엄청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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