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모니카 Jun 10.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53

2024.6.10 문정희 <손의 고백>

창틀에 보인 회색 곰팡이 한 점. 그 옆에 쌓인 먼저 한 톨, 두 톨... 그렇게 보이는 것을 닦다보니, 어느새 방 한 칸에 쌓인 짐까지 정리하게 되더군요. 이 어두운 눈에 그런 것들이 보일 정도니, 내심 그 방을 사용하는 아들 딸에게 미안해졌습니다. 아마도 아래층 위층 사람들이 보았다면, 밤 중에 왠 소란인가 싶었을 거예요. 창문 4쪽을 모두 꺼내어 닦고, 입지 않는 옷들을 분류해서 정리하고 나니, 손이 다 아릴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어찌나 마음만은 가볍고 개운하던지요, 역시 덜어내야 자신의 본 모습이 보이는 모양입니다.^^     


오늘부터는 학생들의 기말고사 준비로 더 바쁘게 살 것 같아요. 지난 중간고사에 부진했던 친구들과 개인상담을 통해서 공부의 재미를 알아가도록 대화도 해야하고요, 무엇보다 가정에서 자녀들과의 대화법을 부모님들께 상담해드려야 되고요. 마음이 아무리 깊고 넓다 해도, ’언어의 표현‘으로 제대로 나타나지 않으면 무용(無用)인 한 일이거든요. 중학생들이 마땅히 겪는 사춘기의 성향을 조금만 알아도, 자녀들과의 소통이 결코 답답하거나, 화나거나, 무겁지 않음을 전해드리면, 많은 분들이 수긍하십니다. 저의 작지만 깊은 상담 한 구절로 학원가족 모두가 행복하면더 더 이상 바랄게 없지요. 집안에서 부모와의 대화에 기쁨을 알고 오는 학생은 학원에서도 공부하는 자세도 다르고, 무엇을 배우든 열린마음으로 도전하고 학습하려 합니다. 부족하지만 제가 그 중간다리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오늘은 문정희 시인의 <손의 고백>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손의 고백 -문정희     


가만히 손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우리의 손이 언제나 욕망을 쥐는 데만

사용되고 있다는 말도 거짓임을 압니다

솨아솨아 작은 오솔길을 따라가 보면

무엇을 쥐었을 때보다

그저 흘려보낸 것이 더 많았음을 압니다

처음 다가든 사랑조차도

그렇게 흘러보내고 백기처럼

오래 흔들었습니다

대낮인데도 밖은 어둡고 무거워

상처 입은 짐승처럼

진종일 웅크리고 앉아

숨죽여 본 사람은 압니다

아무 욕망도 없이 캄캄한 절벽

어느새 초침을 닮아버린 우리들의 발걸음

집중 호우로 퍼붓는 포탄들과

최신식 비극과

햄버거처럼 흔한 싸구려 행복들 속에

가만히 손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생매장된 동물처럼

일어설 수도 걸어갈 수도 없어

가만히 손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솨아솨아 흘려보낸 작은 오솔길이

와락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봄날 아침편지5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