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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Jun 14.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57

2024.6.14 신동호 <봄날 피고 진 꽃에 대한 기억>

날이 갈수록 거동이 미약해지시는 친정어머니는 올해도 매실을 씻고 계셨습니다. 작년 한해를 걸렀더니 필요할 때 없어서 아쉽고, 그래도 매실처럼 득이 되는 것이 없다고 평소에도 자주 말씀하셨지요. 지인께서 준 햇 양파도 드렸는데, 이것도 양파즙으로 담아볼까 하신다네요. 과일이나 채소로 발효되는 즙 중에서 양파의 농도가 엄청 진해서 언젠가 김장을 통째로 망친 적이 있어서 그냥 양념으로만 드시자고 했어요. 중요한 것은 저는 물건만 홀딱 전하고 바쁘다는 핑계삼아 돌아 나오면서 뒷덜미를 잡는 묘한 기분을 느낀답니다. 말씀하기를 좋아하시는 엄마의 서운한 눈길이지요.

“아침밥은 먹고 다니냐. 안 먹었으면 먹고가라. 네가 안 먹는데 김서방이 제대로 밥먹겄냐.” 

그 말씀의 뜻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약속 있어서 가야해요.’ 라고 무정하게 말하고 나오곤하지요. 조금 한적한 시간이 되어 그때서야 엄마 말씀이 생각나 다시 전화를 드렸답니다.  

    

누군가의 말을 듣는 것도 다 때가 있는데요, 그 사람이 항상 그 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이지요. 특히 들어서 제 귀가 부유해지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더욱더 그렇습니다. 어제 남편과의 대화에서도 이런 말을 했지요. 

‘화려하게 보이는 말도 들을수록 가난해지는 말이 있고, 단 한마디의 말이라도 내 귀가 부자가 되는 말이 있는데, 그러고보면 당신의 말은 누구에게나 마음을 부자로 만들어 주는 말을 하는 사람이다.’

아마도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거예요. ‘아니 우리 각시가 왠일로 칭찬을 다하네...’라구요.^^     


말 잘하는 명사 중 한 사람이 유시민작가인데요,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말을 한다는 것은 퇴고되지 않은 글의 첫 장을 내어놓는 것과 같다. 글은 여러 번의 수정을 통해 퇴고라는 단계에 이르지만, 말이란 평소에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습관 위에서 만들어져야 잘하는 말이 된다. 많은 지식의 양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논리성을 갖추려고 노력하는 일, 제 자신과 상대로 설득력있는 말이 되도록 연습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라구요. 글과 달리 퇴고하지 않은 제 말의 첫 열매가 시큼하고 비릿하지 않도록,  잘 숙성시킬것을 잊지 않아야지 라고 다짐하는 새벽입니다 . 신동호시인의 <봄날 피고 진 꽃에 대한 기억>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봄날 피고 진 꽃에 대한 기억 신동호     


나의 어머니에게도 추억이 있다는 걸

참으로 오래 되어서야 느꼈습니다.   

  

마당에 앉아 봄나물을 다듬으시면서

구슬픈 콧노래로 들려오는 하얀 찔레꽃    

 

나의 어머니에게도

그리운 어머니가 계시다는 걸

참으로 뒤늦게야 알았습니다.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시며 부르는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손은 나물을 다듬으시지만 마음은 저편

상고머리 빛바랜 사진 속의 어린 어머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아

어머니의 둥근 등을 바라보다 울었습니다.     


추억은 어머니에게도 소중하건만

자식들을 키우며

그 추억을 빼앗긴 건 아닌가 하고

마당의 봄 때문에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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