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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Jun 15.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58

2024.6.15 이원문 <유월의 꿈>

오늘의 날짜를 쓰면서 ‘오싹’해지는 느낌. 벌써 15일... 저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열심히 사는 일상이라 생각하면 서운할일도 아니건만 그래도 매양 흘러가는 그 모든 것들은 그리움의 대상입니다. 켜켜히 쌓여져서  제 삶의 어딘가에 한 조각의 흑백사진으로 남겠지요. 올 1월부터 저를 도와주던 책방지기님이 떠나시고, 새로운 분이 오셔서 소위 인수인계 과정을 보았는데요. 말만 책방주인인 저와 새로오신 분을 위해, ‘책방에서 할 일 리스트’를 타이핑해서 준비하시고, 세심한 설명으로 저희들을 안심시켜주는 강선생이 고마웠습니다. 드라미극작가로서 제 책방에서만 머물라고 말씀드리기엔 너무도 재주가 탁월한 분이셨지요. 그래도 버벅거리던 저를 위해,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도와주시겠다고 하셔서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어제 밤에는 아들과 은파를 한바퀴 돌면서 며칠전 보았던 영화 ‘Zone of Interest’에 대한 감상을 나눴습니다. 보통 아침편지를 쓸 때, 주요 소재로, 전날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는데요, 영화를 보고서 감상평이 편지에 올라올 걸로 생각했었는데, 너무 짧아서 영화가 재미없었나 했었다네요. 한마디로 말했지요. “재미로 보는 영화가 아닌, 정말 봐야 하는 영화였다.”라고요. 영화도 함께보고 후기평 데이트에 나서준 아들에게 고마웠지요.     

현대정치철학자 중 대표적인 인물이 독일태생의 유대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1906-1975)의 ‘악의 평범성’이란 말은 저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알려진 유명한 어구인데요. 이 영화를 보면 이 말의 배경을 적확히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영화감독은 과거의 ‘홀로코스트’를 연장하여 현재 일어나고 있는 가자지구를 포함한 전 세계의 전쟁과 그것을 무심히 바라보는 우리들의 방관과 무관심이야말로 ‘악(Evil)’이라고 말하면서 큰 울림을 전해줍니다. 주말이네요. 혹시나 영화를 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특히 영화 엔딩에 나오는 설명할 수 없는 길고 긴 음악을 끝까지 들어보시길요. 

이원문시인의 <유월의 꿈>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유월의 꿈 이원문     


바람 시원히 저무는 오월

뽕밭의 오디 하루가 다르고

퍼렇던 앵두 빛 붉게 물들인다.     


지는 꽃 피는 꽃 기다림의 유월

유월은 어느 꽃이 어떻게 수놓을까     


그렇게 기다렸던 봄이였었는데

떠나는 오월 찾아오는 여름 문턱

누가 먼저 두드릴 여름의 문턱일까

먹을 것 많은 달 밤골 밤꽃 수놓으면

그 향기 뽕밭 자락 울타리로 스며들것이고

모내기의 누렁이 소 어찌 그 향기를 모를까     


보리밭 양지 녘 햇살 따갑다

웃음 가득 하나 둘 저 아이들 찾는 뽕밭

한 곱이 넘기는 보릿고개의 즐거움인가.     

꽃동산의 파란 하늘 초여름 꽃 아름답다

아쉬움에 떠나는 봄 구름위에 얹어지고

저 춤 띄우는 버드나무 바람에 즐거우니

떠나는 봄 오는 여름 노을빛에 젖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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