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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Jul 18.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91

2024.7.18 송수권<적막한 바닷가>

한 생명의 아픔과 슬픔을 체감하는 마음, 실제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제아무리 수백 수천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 하더라도, 정말로 한 몸이 되어 상대의 아픔을 느낄 수 있을까요. 제가 키우는 애완견 복실이는 15살 먹은 노견입니다. 돌이켜보면 같이 산 세월이 참 길지요, 가장 오래 만나는 학생이라도 10년을 넘을 수 없는 법. 제 옆에 늘 붙어있는 복실이는 득이 되는 날도 있고 손이 되는 날도 있습니다.     


복실이가 어리고 학생들도 어렸을때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복실이 입질에 당한 학원생을 병원까지 데리고 가던 일도 있었구요, 그럴 때마다 복실이는 저의 날카로운 꾸짖음을 한두번 당한게 아닙니다. 지금이야, 복실이도 세상살이에 익숙해지고, 이쁨받는 법도 알지요. 좋아하는 학원생들의 발소리를 듣고 나름 환대의 준비도 합니다. 이제 알거 다 아는 눈치를 보입니다. 이런 복실이가 어제는 배에 난 혹이 커져서 출혈까지 생기는 바람에 저를 놀래켰습니다. 무엇보다 그의 아픔을 다 알지 못하는 제가 정말 밉고 슬펐습니다.   

  

수업에 더라도 최소한 병원엔 가야겠다 싶어서 의사를 만나니 노견의 종양 혹이 커지는 것을 치료할 비책이 없다고, 이렇게 살다가 자연스럽게 이별해야 되는 거라는 식의 말만 듣고 왔지요. 그나마 복대를 할 수 있는 재료와 연고라도 받아오니 죄스런 맘이 조금이나마 옅어집니다.복대 때문인지 컥켁거리기도 하고 깊은참믈 못자는군요. 지금부터라도 말할수 없는 그의 아픔과 눈물을 잘 살피고, 맛있는 음식도 챙겨야겠습니다.     


벌써 목요일이군요. 학원이 주4일 수업으로 바뀌니, 왠지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요. 낚시배를 타고 작업하시면서 아름다운 바다 창공과 노을을 사진으로 보내주신 문우께 졸랐답니다. ‘저도 언제 한번 바다에 같이 가요. 명색이 어부의 딸이라 배멀미 안하니까요.’ 정말 배를 타고 저 멀리 바다로 나가고 싶네요. 정박한 항구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아니라, 배를 타고 나가서 바라보는 그런 풍경, 사진에 담고 싶군요... 오늘은 송수권 시인의 <적막한 바닷가>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적막한 바닷가 송수권   

  

더러는 비워놓고 살 일이다

하루에 한번씩

저 뻘밭이 갯물을 비우듯이

더러는 그리워하며 살 일이다

하루에 한번씩

저 뻘받이 밀물을 쳐보내듯이

갈밭머리 해 어스름녘

마른 물꼬를 치려는지 돌아갈 줄 모르는

한 마리 해오라기처럼

먼 산 바래서서

아, 우리들의 적막한 마음도

그리움으로 빛날 때까지는

또는 바삐바삐 서녘 하늘을 깨워가는

갈바람 소리에

우리 으스러지도록 온몸을 태우며

마지막 이 바닷가에서

캄캄하게 저물 일이다     

<사진제공, 박지현 문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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