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5.26
어느 날 지인이 선물해준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의 김수현작가.
내 나이에 기억할 수 있는 김수현 작가는 드라마 작가뿐이었다.
한때 드라마 열광팬으로서, 특히 김수현극본의 드라마는 거의 시청했었다.
〈인생은 아름다워〉, <엄마가 뿔났다〉, 〈사랑과 야망〉, 〈청춘의 덫〉, 〈목욕탕집 남자들〉,<사랑이뭐길래>, 〈사랑과 진실〉... 복고풍이 불어서 다시 방영한다 해도 다시 볼 의향이 있을 만한 드라마들이다.
그런데, 그 김수현작가가 아니었다. 본인을 밝히길, '진지하지만 심각하지 않은 사람, 밝지만 가볍지 않은 사람'이라고. 그림그리기 좋아하는 작가는 문과(글쓰기)와 디자인 중간쯤의 경계에서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면서 중년의 '나'에게 새로운 미션을 제시했다.
책을 읽던 중 '다산북스, 놀'에서 김수현의 신작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의 서평단을 모집했다.
"나도 다른 블로거들처럼, 신청 한번 해볼까?
책도 공짜 선물로 받고."라고 생각하며 신청 했더니, 유쾌한 소식과 책이 도착했다.
요즘 책들은 커버의 디자인부터가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한 몫한다. 보라색과 분홍색의 책 두권, 김수현작가는 복도 많네 하며 읽었다.
프롤로그, '균형을 찾기로 했습니다'
나이 50대에 들어서면 누가 시험보는 것도 아닌데 꼭 알고 넘어가면 좋다는 단어하나가 있다.
'지천명(知天命)' 유교적인 가문에서 자란것도 아닌데 국민 모두가 '나 유교문화에 살고 있아요' 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나는 작가가 말하는 '균형'의 의미를 50대에 와서야 생각했으니, 젊은 작가의 속이 깊어도 이만저만이 깊은 것이 아니었다.
나와 관계사이의 균형
신뢰와 불신 사이의 균형
경계화 허용치 사이의 균형
혼자의 외로움과 관계의 괴로움 사이의 균형
수 많은 순간에 무너지지 않고
균형을 찾기 위하여
조금 더 유연해지고,
조금 더 단단해져야 했다.
김수현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프롤로그 중>
삶의 가장 중요한 것을 잃지 않기 위하여 작가는 어떻게 '균형'을 표현했을까?
제 1장, 휘둘리지 않고 단단하게
(자존감을 지킨다는 것)
- 제 인생은 특별하지 않지만 소중합니다 - (P.42-45)
특별한 것과 소중한 것은 다르다. 우리의 가족, 친구, 연인이 특별하고 우월한 존재여서 소중한 게 아니라 우리가 마음을 주어 소중해지는 것처럼, 나 자신과 내가 가진 것을 그 자체로 소중하게 여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자존감을 채워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종종 자존감이 자신을 특별하게 여기는 마음이라 착각하곤 하지만, 자존감은 특별하지 않더라도 그런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현실을 잊게하는 마취제가 아닌, 현실에 발을 딛게 하는 안전장치인 것이다.
- 살다보니 자존감을 지키는데에도 수위가 있음을 알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그 수위가 낮아지고, 낮아지면 질수록 더 특별한 마음을 세우고 싶어하는 맘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었다.
그러나 그것도 역시 너무 큰 욕심, 그냥 현재의 나와 내가 가진 모든 것이 소중한 것임을 알기만 해도 나의 자존감은 최대치 였구나 하는 생각에 잠겼다.
제 2장,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나답게 산다는 것)
- 일상을 견딘다는 것 -(P.89-91)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지루하고도 고된일이지만, 겉으로는 큰 변화가 보이지 않기에 쉽게 간과된다. 하지만 그 노력을 중단하는 순간 물때가 생기고 더러운 옷이 쌓이고, 바닥엔 발을 디딜 곳이 사라진다.
산다는 것 역시 집안일을 하는 것과 같아서 살아기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일상을 돌봐야한다. 살아간다는 건 파도위에 서 있는 것처럼, 넘어지지 않고 버티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노력과 힘이 필요하다. 대단한 무언가를 이루지 않았을지라도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힘겨웠던 순간들과 버거웠던 감정들은 이미 온 힘을 다해 삶을 지켜낸 증거다.
-친구가 묻는다. "친구는 갱년기가 있었어? 있었다면 어떻게 보냈어? 라고. 그러고보니, 나는 '사춘기'와 '갱년기'란 단어를 굳이 드러낸 적이 없었다. 언제나 내가 지켜야 된다는 나의 부모와 동생 넷을 보면서 나의 감정 덩어리를 드러낼려고 마음 먹은 적이 없었다.
40대 중반 이후 흔히 온다는 갱년기 역시, 그것이 있어야 되나? 라며 지나간다. 내게 주어진 모든 일상은 그냥 '견딘다'는 것이 정답이다. 견디는 것은 내가 살고 있음의 최고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론 '견디기 힘들때도 많아'라고 말하고 싶어지니 이를 어쩔까나...
제 3장, 신경질 내지 않고 정중하게
(타인과 함께 한다는 것)
- 둔감함이라는 위로 - (P.129-132)
우리는 나 혼자 상처 받았다고 생각하며 자기 연민과 분노에 빠지지만 우리가 받은 상처를 상대가 전부 알지는 못하는 것처럼, 우리 역시 우리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순간, 상대가 '그럴수도 있지'라고 이해해준다면 '네가 나쁜 마음으로 그럴리 없다'고 생각해준다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될까. 상처 투성이를 안은 고슴도치 같은 마음이 솜털 같아질 수는 없을지라도, 상대의 실수에 조금은 눈감아주고,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상대의 행동에 의도를 찾지 않는 둔감함이 필요하다.
- 이제 갓 대학생이 된 딸, 코로나로 인해 대면 수업한번 못해본 신입생의 비애와 불만을 달고 다녔다. 그 감정의 파고는 우리 부부와의 대화에서도 여실했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과 딸의 대화 속에서 "지금의 이 어려움이 추억으로 다가올때가 있을거다. 조금은 무덤덤하게, 이때가 아니면 언제 또 부모와 긴 시간을 보낼수 있을까로 생각을 바꿔보면 어때? 너무 예민하게 상세하게 바라보지마. 딸" 개인에게서 받는 상처 뿐 아니라 어떤 대상(사건)에게서 받는 상처에도 부득이함을, 어쩔수 없음을 적용해보는 딸, 그렇게 한 학기를 보내는 중이다.
제 4장, 쫄지말고 씩식하게
(당당하게 산다는 것)
- 그냥 해보고 싶은 일을 그냥 해보기 - (P.170-173)
정신분학자인 자크 라팅이 말하길, 사람은 타인의 묙망을 욕망한다고 한다. 아이는 부모의 욕망을, 남자는 여자의 욕망을, 여자는 남자의 욕망을. 그런데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며 다른사람이 내게 무엇을 원자는지만 살피다보면, 내가 뭘 원하는지에 대해서는 무뎌진다.
그래서 '그냥'이라는 감각은 소중하다. 누구의 욕망도 아닌 온전한 나의 욕망이기에 우리는 '그냥'이라는 감각에 귀 기울이며 그냥 해보고 싶은 일을 그냥 해봐야 한다.
- 그렇다. 그냥 해보는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공개적 시선에 자주 노출되다보니, 나의 일상은 늘 포장지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것도 경우에 때라 알록달록 포장지, 담백한 포장지, 민무늬 포장지, 여러 종류가 필요했다.
그러나 어느날 부터, 특히 글쓰기에 매진하기 시작한 날부터 그런 포장지의 종류를 줄여야만 했다. '그냥 내 이름 석자 써진 포장지'하나만 필요했다. 그랬더니 더욱더 나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고, 온전히 나를 바라보는 시간과 공간이 늘어났다. 지인들도 물어본다. 왜 글을 쓰냐고. "그냥 써. 내 말이니까 쉽잖아. 정답도 없고.
제 5장, 참지말고 원할하게
(마음을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
- 마음을 물어주세요 - (P.198 -202)
만약 힘든 누군가의 곁에 있다면 해결책을 주는 대신 상대가 충분히 말 할 수 있도록, 그 마음을 물어주자. "네 마음이 그랬다면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상대의 마음을 수용해야 한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조언 없이도 충분히 공감 받았을때 상대는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다.
지하철 승강장에서 한 취객이 난동을 부려서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그때 한 청년이 다가오더니 막무가내인 취객을 꼬옥 안아주며 토닥여주었다. 그러자 방금까지 소리를 지르던 취객은 금세 누그러져 청년의 어깨에 고개를 떨궜다.
- 다른이에게 멘토의 역할을 자주하는 나 역시도 누군가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모습에는 늘 어려움이 따른다. 습관적으로 정답인 듯한 해결책만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지수는 공감지수가 낮으니, 겉 똑똑, 헛 똑똑 이란 말이 바로 나를 두고 하는 말이겠지 싶다. 딸은 친구과의 문제가 있을때 네게 토로하면서 늘 말 한다. "엄마, 그냥 들어줘. 해결책은 나도 알고 있어. 엄마한테 내 마음을 그냥 전하는 것 뿐이야"라고.
제 6장, 냉담해지지 말고 다정하게
(사랑을 배운다는 것)
- 행복에도 노력이 필요해요 - (P.277-280)
우리는 늘 외부에 목표를 세웠다. 성공하라고, 돈을 더 많이 벌라고, 좋은 직장에 가라고, 살을 빼라고. 오랜 독려는 목표를 이루면 저절로 행복해 질 수 있을 거란 믿음을 만들었다. 하지만 막상 목표를 이룬 이들고 그렇게 행복하지는 않았다. 행복은 영영 닿을 수 없는 신기루였던 걸까.
아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잘못 생각했다. 행복해지고 싶으면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을 해야했다. 우리는 정작 행복을 위한 노력은 제대로 하지 못했던 거다. 그러면 행복을 위한 노력은 무엇이었을까. 오랜시간 끝에 찾은 나의 답은 놀랍게도 사랑이었다.
사람은 삶의 준말입니다. '사람'의 분자와 분모를 약분하면 '삶'이 됩니다.
우리의 삶은 사람과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가장 아픈 상처도 사람이 남기고 가며,
가장 큰 기쁨도 사람으로부터 옵니다.
- 처음처럼(신영복서화에세이)-
사랑 (love) 역시 사는것(live)과 뗄 수 없으며, 또 사랑은 사람과 그 관계를 분리할 수 없다.
두 가지의 경우 그 근원이 같고, 글자 한자 차이 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면서 사랑하는 것은 우주의 근원을 헤쳐보는 것보다도 지극히 온당하고 쉽다.
작가의 말처럼 행복하고 싶다면 우리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렇게 쉬운 것을 못한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