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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Jul 27.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100

2024.7.27 신현림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이른 새벽, 딸래미가 프랑스의 ’니스‘라는 지역에 도착했다고... 저를 설레게 하네요. 친구 둘을 그곳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두둥 만났당‘ 하면서요. 장거리 여행에도 저렇게 신나고 아름다운 얼굴은 아마도 ’이때뿐이야‘라는 저의 지지와 믿음에 반사된 표정이겠지요. 돌아오는 날까지 즐거운 추억 많이 담아서, 훗날 든든한 양식이 되길 바랄뿐입니다.     


에어컨이 없는 저의 집. 한달만 잘 참으면 되고 나 혼자라도 아껴써야 한다는 저의 지론을 후배가 일축했지요. “언니, 한달이니까, 전기세 더 내고 건강하게 살아야지.” 맞는말이다 싶었습니다. 더위에 취약한 아들을 생각했지요. 학원에 돌아와서 제 사무실에서 쉬고 있는 에어컨을 옮겨볼까 하고 물어보니, 남편 왈, ’에어컨 떼고 옮기고 다시 설치하는 비용이 더 비싸다. 중고라도 하나 사서 집에 달아줍시다.‘ 결혼 후 지금까지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살아왔는데, 왜 요즘 사람들은 자연의 흐름에 맡겨볼 생각도 안하는지...       


어제 읽은 구절 중 정조대왕의 말씀이 있군요. 조선왕조 중 세종과 쌍 축을 이루는 분이죠.

“하늘 아래 책을 읽고 이치를 탐구하는 것처럼 아름답고 고귀한 일이 또 있겠는가?

첫째, 고전을 통해 진리를 배운다.

둘째, 탐구를 통해 문제를 밝힌다.

셋째, 호방하고 힘찬 문장 솜씨를 지혜롭고 빼어난 글을 써낸다.

이것이야말로 우주 사이의 세 가지 통쾌한 일이다.     


일찍이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한 정조가 폭군이 되지 않은 것은 바로 ’책‘을 좋아해서라는 평이 있지요. 제가 이런 말씀드리면 꼰대라고 하시겠지만, 그 시절에도 에어컨은 없었고, 대신 할 수 있는 물건들이 있었겠지요. 그중 하나가 ’냇물에 발 담그고 책 보는 일‘이었다면 이 얼마나 아름다운 삶인가요. 얼마전 고군산군도의 쥐똥섬 바닷물에 발 담그고 자갈들의 간지럼 세례를 받았던 저의 사진을 보며 다짐했지요. 

’휴가를 멀리 갈 것도 없이, 어디든 발 담그고 대화할수 있는 벗과 책 한권 들고 가야지‘ 

     

칠월의 마지막 토요일 이군요. 오늘 만날 문우들에게 저의 피서법- 가장 가성비 좋고 효율적인 피서법-을 홍보하렵니다. 그럼 분명 누군가, 수박 한덩이 쑤욱 내밀며 ’함께 합시다‘라고 말할 사람... 있을까요. 기다립니다^^ 신현림 시인의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 신현림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나무를 보면 나무를 닮고

모두 자신이 바라보는 걸 닮아간다    

 

멀어져서 아득하고 아름다운

너는 흰 셔츠처럼 펄럭이지

바람에 펄럭이는 것들을 보면 가슴이 아파서

내 눈 속의 새들이 아우성친다   

  

너도 나를 그리워할까

분홍빛 부드러운 네 손이 다가와 

돌려가는 추억의 영사기

이토록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구나

사라진 시간 사라진 사람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해를 보면 해를 닮고

너를 보면 쓸쓸한 바다를 닮는다    

선유도 가는 길, 뭉게구름에 끌려서 한 컷^^
최양업토마스신부 일행 난파유적지-신시도 광장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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