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8.5 홍재륜 <8월에 묻노라>
학원 개학날을 앞두고 어제 하루 학생들이 보내인 방학 중 과제를 들어봅니다. 스토리북 소리내어 읽고 녹음하기 였는데요, 이번과제의 핵심은 ’친구에게 말하듯이 책 읽기‘였거든요. 그러려면 바로 녹음하지 말고, 최소 3번 이상 소리내어 글자를 읽은 후 녹음하라 했지요. 학생들의 영어 발음이 더 멋지게 향상되었군요. 제 귓등 너머 들리는 새소리를 압도하는 자연의 소리같아요.
짧은 학원방학이었지만, 제 마음의 시간을 길게 늘여서 잘 보내고 복귀하네요. 얼마전 제 나이보다 위인 한 지인께 물었지요.
’한가로운 시간에는 보통 무엇을 하고 하는지, 또는 하고 싶으신지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즉답하길, ’나는 시간이 없어서 다른 것을 못해요.‘
그래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 정말 많아요.
어제는 선배 한 분이 책방에 오셔서 오랫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요, 너무 바쁜 저의 시간을 뺏기가 미안하다고 말씀하셨죠. 사실 저는 스스로 ’바빠서 무슨 일을 못하거나 꼭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지 않거나...‘하는 경우의 수가 적은데 사람들은 저를 보고 늘 물어요.
“그렇게 많은 일을 어떻게 다 하고 사는지, 바쁜 사람인데 시간이 있는지.”
어제도 대답해드렸죠. 아주 명쾌하게요. “저 바쁘지 않아요. 오늘처럼 이렇게 한가로운 날이 대부분이예요. 맘이 바쁜 사람은 글을 쓸수 없고, 여행 할수 없어요. 일을 하기 전 습관적으로 계획을 짜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살아가니, 오히려 시간이 남는 경우가 더 많아요.”
사실 시간(時間)이라는 도구는 마법지팡이예요. 태초에 무한한 존재로 태어났는데,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이 자기 중심으로만 사용하다보니 시간의 생명이 너무 유한성을 가진 것처럼 느껴질 뿐이죠. 제가 종종 사용 하는 말, ’제 시간은 고무줄 같아요. 제 맘대로 25시간 26시간 그보다 더 많은 시간으로도 만들어져요.‘ 이 말 속에는 제가 시간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망이 있는거예요. 시간이 없어서 무엇을 못한다는 논리를 가지고 있다면, 그 생각이 바꿔보세요. ’시간은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내 몸과 마음따라 변할 수 있는 거구나. ‘라고요. 그러면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담을 시간의 그릇의 크기도 엄청나게 커져요. 어차피 두 번 아닌 한번 사는 인생, 한 순간이라도 제 힘으로 제 시간을 부려야 하지 않을까요.~~~
새 업무가 시작되는 첫날, 여름 휴가기간이 달라 학생들의 얼굴을 다 볼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늘 나오는 학원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겐 달콤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대접해야겠습니다.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처럼 행복한 일은 없으니까요. 홍재륜시인의 <8월에 묻노라>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8월에 묻노라 - 홍재륜
8월이 온 것인가
7월이 간 것인가.
청도의 작년 매암을
초청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 익숙한 소리는
다짜고짜 귀밑으로 파고든다.
시를 쓰는 것인가
시를 쓰게 되는 것인가.
살아가는 것인가
살아오게 되는 것인가.
삼라만상의 순리.
인생은, 세월은 가는 것이 아니라
원점으로 다시 오는 것은 아닌가.
이러함을 알리려고 온 것인가.
이러함을 알고는 있으라고 다시 온 것인가.
너의 심중을 나로하여
다짜고짜 물어보노라.
<사진제공, 박지현 문우... 군산 어청도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