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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 아침편지110

2024.8.6 박노해 <관상觀想 휴가>

by 박모니카

’검은 월요일(Black Monday)’, 어제 일어난 전 세계 주식시장 폭락을 두고 한 용어입니다. 목전에 처한 중동발(이란-이스라엘) 전쟁위기와 태풍처럼 불어닥친 세계경제위기론에 따른 결과라고 합니다. 이런 와중 태통령은 휴가를 간다고, 정신이 있는거냐는 짧막한 뉴스토막기사를 읽고 있으면서 제가 체감하는 경제위기를 하나 말씀 드릴께요.


군산시에서는 경제적으로 힘든 가정의 교육비를 지원하는 ‘마중물사업’이라는 것이 있지요. 군산시가 학원연합회에 협력을 요청하여, 시의 재정(1가구당 15만원)과 학부모분담금(1인 2만원)을 납입하고 학원에 다니며 공부할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다시말하면 각 학원에서 책정한 교육비에서 위 금액을 제한 부분은 학원의 기부형태가 되는 거지요. 그러다보니 참여하는 학원이 고민이 깊은데요...


정책초기에는 시의 지원금이 더 적어서 말도 많고, 학원 참여율도 매우 낮았지만, 저는 초기부터 함께 했지요. 공부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부모의 경제능력으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누군가에게 백퍼센트 기부도 하는데, 시에서 지원금도 준다는데... 등의 마음으로요. 코로나때는 모두가 힘들어 잠시 멈추었다가, 작년부터 다시 정책에 참여중입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 경제가 얼마나 힘든지에 대한 단면을 학원 학부모와의 상담을 통해서 더 알수 있습니다. 자녀를 앞두고, 경제력이 없어서 학원을 그만둔다고 말씀하는 부모는 없습니다. 다만 올 상반기 제 학원에서도 ‘마중물사업’에 참여 하냐고 묻는 문의가 늘더니, 급기야 어제 하루만 2명의 학부모가 이 사업으로 교육비를 내고 싶다고, ‘원장님 죄송해요’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마음속으로는 많이 놀랐습니다. 그래도 그분의 자존심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시의 정책의도와 학원장의 협조상황을 말씀드리며, 걱정하지 마시라, 이런 제도로 학원에 다닌다고 학생공부에 대한 차별은 없다... 등의 위로를 하고, “제가 직접 가르칠테니 더더욱 마음 놓으세요. 경제적 위기가 올수록 마음을 담대히 하시고, 사소한 것에서 절약하시면 극복할수 있어요. 홧팅!!“ 이라고 상담했습니다.

초 현대사회라는 이름의 양면에는 극과극의 부와 가난이 있지요. 어느 세상, 어느 시기나 있었습니다. 어제 하루의 단면을 되돌아보면서, 제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잘 사는지를 또 한번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돈 없이는 결코 행복하게 살 수 없음도 사실이고, 그렇다고 돈 많은 사람이 무조건 행복한 건 아니니까요. 고등부 단어를 설명하면서 학생들과 새끼손가락 걸며 이렇게 말했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맞잡은 손과 마음, Interlocking이 있어야 행복한거야’ 라구요. 박노해시인의 <관상觀想 휴가>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관상觀想 휴가 - 박노해


장마 전에 난 정말 바쁘다

감자알을 캐고 블루베리를 따고

오이를 따 소금에 절이고

별목련과 팥배나무를 캐다 심고

정원의 꽃나무들 가지치기를 하고

수로를 파 물길을 내주고 나면

나의 7월은 끝, 휴가다


나의 여름휴가는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관상觀想 휴가

문 앞에 “묵언 중입니다. 방문 사절. 미안.”

팻말을 내걸고 전화기도 뉴스도 끊고

테라스에 집필 책상과 의자를 치우고

낮고 편안한 의자를 놓고 기대앉아

묵연히 앞산을 바라보다 구름을 바라보다

아침 안개가 피어오르는 걸 지켜보고

불볕에 이글거리는 들녘을 바라보다가

느닷없는 천둥번개와 빗금 쳐 쏟아지는

빗줄기에 한순간 세계가 변하는

서늘한 기운에 잠깐 우수수 하다가

겹겹진 구름 사이로 태양빛이 쏟아지며

커다란 무지개가 갈라진 세계를 잇는 듯한

장관을 눈 가늘게 뜨고 바라보다가

다시 한여름의 정적이 오고

총총한 별들과 반딧불이의 춤 속에

죽음보다 깊은 잠이 들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보지 않고

아무것도 쓰지 않고

눈앞의 풍경과 눈 감은 세계와

두 세상 사이의 유랑 길에서

분주한 세상의 한가운데서

나의 상념과 감정과 고해와 내면을

오롯이 지켜보는 깊고 치열한 쉼

내 여름 관상 휴가 끝

자아, 무엇이 시작될까

무엇이 나를 찾아올까

여름날 국수한그룻에 행복한 가난을 담다
국수집 옆 풀밥에 보라쟁이가 눈길을 잡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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