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 누운 구순(九旬)의 어머니가 칠순의 아들을 보며, 걱정의 눈길을 보내며, ’내가 죽으면 네가 어찌 살꼬‘라고 하셨다는 어느 시인의 말. 사랑의 본질은 어머니의 희생 속에 들어있고, 사람이 본디 ’사랑‘이었으니, 이 둘의 관계는 뗄레야 뗄 수 없다고 하더군요. 동시에 톡 문자에 어느 어르신의 별세소식이 있어서 읽다가, 제가 10여년 이상 차량봉사를 했던 할머니 한 분이 생각나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분의 연세는 95살. 오랫동안 발신음이 흐른 뒤 바로 들려오는 목소리, ’아고 모니카고만. 잘 내시는가. 어머니랑 남편이랑 애들도 다 잘 있고.‘ 이런 저런 안부를 주고받으며, 칠십이 넘은 자녀분들이 매일 오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 정말 유복한 가정이어서 저도 맘이 편해졌습니다. 이분과 나 사이에도 바람이 흔들리며 소리를 내는 풍경 하나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딸은 이 시간 두바이에 도착했네요. 저녁이면 딸의 얼굴을 만나볼 수 있겠습니다. 열차파업도 많고, 워낙 뒤숭숭한 유럽정세라 비행기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맘이 놓이지 않았답니다. 소위 ’일년 살기‘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짐들이라 챙길 것도 많겠지만, 수화물 초과로 가방 하나와 여러 물건을 놓고 올 수밖에 없었다고 하길래, 속으로 ’참 잘했어요‘라는 도장을 찍어주었지요. 몸과 정신 하나만 건강하게 돌아오면 그만이니까요.
딸을 핑계로 촌 아줌마 상경하며 다른 풍경 즐길 생각을 하니, 새벽부터 맘이 설레네요. 저 혼자가면 인천의 이곳저곳도 들려보고 싶은데, 운전하는 아들 눈치 보느라, 얌전히 따라 다녀야겠지요.^^. 친척 한 분이 미국인이셔서, 처음 공항에 갔던 어린 시절이 기억나는군요. 그때나 지금이나 공항을 보면 낯선 곳으로의 여행길로 떠나고 돌아오는 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언어를 한곳에 모아두는 신비한 장소. 공항 내 풍경만 바라보고 있어도 이내 마음은 전 세계 어딘가로 떠나고 있으니, 꿩 대신 닭이라도 먹는 셈이지요.~~
이제 매미의 울음소리도 덜 들리지요? 대신 여치소리들이 맑은 구슬 구르듯, 폭염의 땀방울을 또르르 굴려줍니다. 좋은 소리로 귀가 맑아지면 그만큼 더위도 덜 느끼는가 봅니다. 어느새 아들 입에서 ’벌써 여름이 가네. 아침 저녁 서늘해지고‘라는 말을 들으면서 에어콘 없이 또 한 여름 잘 보낸다 라고 생각했답니다. 의식이 강한 엄마 덕분에 매일 자동사우나탕에 들어갔던 아들. 이렇게 세월은 가고, 여름도 가고, 또 선선한 가을도 오니, 자연의 순리따라 살면 최고인 것을~~ 이라고 말해줍니다.